기형의 바람

착각에 떠밀려 불시착한 바람이
발밑에 모여 있다
작년엔 저쪽이었고
올해는 이쪽으로 옮겨온
이지러진 날개는 계절의 갈피에 꽂을 수 없다
뜨겁던 기억을 감싼
안으로 말리거나 뭉개진 바람을 살피면
다섯 혹은 여섯 잎의 기형도 있을 것이다
불변하는 것들은
또 다른 상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군락지에서 네 잎 클로버를 뒤지듯
복고풍을 믿는 사람들은 맞춤형 날개를 찾아다니고
얽힌 계보를 거슬러간 거기,
빽빽한 허공을 발아시키는
단풍 한 그루 우뚝 서 있다는 걸 안다
본래의 모양을 고집하는 곳에 재활용이 있다
전류 끊긴 여름이 모인 재활용점엔
프로펠러 닮은
오래된 바람들이 있다
- 최연수, 시, '기형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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