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서리 꽃 - 박인걸

HIIO 2024. 12. 9. 09:57

서리 꽃

서리꽃이 피던 그날
대지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고달픈 바람이 발자국에 스며도
나는 맨발로 걸어야 했다.

호흡마져 얼어붙던 새벽
가로등 아래 드리운 고독한 그림자
서리꽃처럼 하얗게 피어난
서러움이 가슴에 내려앉았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길목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울었다.
하얀 꽃잎으로 흩어지는 눈물은
내 삶의 슬픔의 언어였다.

서리꽃이 녹아 사라지는 날
나의 아픔도 희미해질까.
맨발이 길위에 남긴 이야기도
서리꽃과 함께 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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