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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로수 / 이진숙

HIIO 2024. 12. 12. 10:02

겨울 가로수 / 이진숙

 

책상머리 어디쯤에서

묵은 치통이나 보듬고 있듯

세월이나 앓다가

봄 햇살처럼 나른해진다

햇볕 바래기가 되어

졸고 있는

내 세포들이나 꾸짖는 이 비겁함

차라리 선명한 아픔을 꿈꾸기로 하자

혹한의 벌판 위로

참혹하게 흩어져 나뒹구는 내 뼈와 살과

머리카락들,

빈 거리에 홀로 서서

오랫동안 슬프게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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