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눈
글 : 박동수
떠나기 싫어 싸늘한 시샘으로
오는 봄 옷 자락 붙들고
시린 바람으로 불더니
기어코 이 3월의 밤
꽃 바람을 앞질러
하얀 눈으로 내리는구나
봄 싹이 겨우내 너의 발 앞에
엎디어 굴욕을 견디다
겨울 가지에서
기지개를 펴는 즈음 무슨 심술일까
가지마다 아침이면 쓸어질
눈 꽃을 만들어 아직도 네 위세를
떨치고 싶은 욕망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이별의 아픔을 감추려는
잔인한 몸부림인가
세월은 그렇게
욕망으로 붙들어 질
나약한 수레바퀴 같지 않으리
아서라 네 추함을 거두고
이침의 햇살을 고이 담아
봄 아씨께 건내고 아픈 이별일지라도
아지랑이 앞서 가는 것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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