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칡꽃 - 신사 박인걸
뒤엉켜 몸부림치며 자라난 줄기에
보랏빛 숨결이 별빛처럼 맺혔다.
억센 넝쿨사이로 세상을 움켜쥐듯
제 몸을 풀어 헤치면서
꽃은 연약한 빛으로 속삭인다.
얽히고 설키며 휘감고 짖눌러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끝내 서로를 붙들던 시간 속에서
그 고운 꽃송이는 화해처럼 피어난다.
칡잎에 뭍혀 피어는 꽃향기는
애증을 지탱해온 마음을 위로하듯
하늘빛처럼 깊게 번져간다.
누군가의 눈에는 엉클어진 무게지만
어떤이의 눈에는 꺾이지 않는 사랑의 증표다
자기들끼리는 뒤엉킴도 상처도
아픔의 눈물이 아무렇지도 않다.
얽히며 살아가는 삶이 오히려
세상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마침내 하나의 거대한 칡밭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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