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박태기나무 꽃을 보면 - 김승기봄 길을 걸을 때마다담장 옆에만 꼭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가지마다 팥알 같은 꽃을촘촘히 달고 있는 박태기나무는가슴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어릴 적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보릿고개의 마루턱에서손자의 생일을 위해열 돌을 먹어야만 무병장수한다며십 년을 한결같이수수경단을 만들던쭈글했던 할머니의 손을 생각하게 한다볼 수 없는 할머니의 얼굴이휑한 가슴 속에서 되살아나고,그렇게도 먹기 싫었던 수수경단의오돌톨하게 붙어 있던 팥알들이오늘 박태기나무 꽃으로 다시 피는 것은,나이를 먹으면서 어쩔 수 없이할머니를 닮아 가는 건 아닐까깜짝 놀라며 진저리를 치곤 한다※ 박태기나무 : 콩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중국 원산인 귀화식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