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녹 - 홍경나

HIIO 2019. 1. 17. 14:06






오래된 못을 빼내려다
못대가리가 떨어졌다
남은 못 몸뚱아리
붉게 녹슬어 있다
못을 박은 벽지 가장자리가
벌겋게 물들어 있다

지나버린 시간들이 있다
탱탱하게 녹이 슨 대못처럼
어쩔 수 없이 길들어진
내 가슴 가운데를 물들여놓은
시간들이 있다

더는 박을 수도 뽑을 수도 없는
더는 아무것도 아닌 무엇도 되지 못하는
그렇게 주저앉은
시간의 궁지窮地


- 홍경나, 시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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