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빈 밭에 떨어지는 비

강 건너 빈 밭에 내리는 비가
산 아래 잠시 쉬고 있는 듯 자리 잡은
작은 집 창 옆까지 와서
저쪽 비 내리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들은 어깨를 다 드러내놓고
창가에서 비를 맞고 있다.
계속 해서 비는 내리고
솔잎에서 털려 나오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봄비는 솔잎 어디에
숨겨놓은 비밀이 있는 것처럼
자꾸 솔가지를 흔들어 털고 있다.
비는 또 강가로 내려가서
녹지 않은 강 위로 쏟아지고 있다.
누구 하나 혼자 욕심내지 않고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나누어 쓰고 있는데
혹시 누가 숨겨 놓은 것을
몇 사람만 함께 쓰고 있는지
그것이 두껍게 언 강물 밑에서
아깝게 흘러가고 있는지
이번에는 언 얼음이 깨져라 하고
쏟아 붓고 있다.
- 송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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