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궁전을 떠나 11시 50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점심을 먹는다. 식당 간판에 рестора́н이라고 써있는데 레스따란이라고 읽고 레스토랑 즉 식당, 음식점이라는 뜻이다. 고유명사는 어디가고...ㅋㅋ 러시아어는 우리가 아는 알파벳하고 너무 차이가 나서 가늠도 되지 않는다.
식당 근처에 러시아 우주계획의 선구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Константин Эдуардович Циолковский, 1857년- 1935년)의 동상이 있는데 그는 로켓에 대한 최초의 학술적 논문을 발표했으며 인류 우주 비행의 아버지로 여겨지고 있단다.
1시 30분 카잔성당으로 이동하는 중에 18세기에 지어진 로모노소프 다리(Lomonosov Bridge)를 지나는데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학자 Mikhail Lomonosov의 이름을 붙였다. 다리는 원래 가운데 부분이 목재로 되어있는 배가 지나갈 때 들리는 도개교였는데 1912년 철재로 바꾸어 움직이지 않는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젖줄인 폰탄카운하를 지나는 중이다.
좀 더 이동하니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적인 오페라, 발레 극장인 마린스키 극장(Mariinskii Teatr)을 지나는데 모스크바의 볼쇼이 극장과 비교되는 세계 최정상급 오페라 발레극장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 1953년 5월 2일 ~ )가 음악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1860년에 지어졌으며 레닌그라드의 극장광장에 있고 5층좌석에 1774석이 있는데 황제 알렉산드르 2세(Alexander II)의 비인 마리아 알렉산드로브나(Maria Alexandrovna)의 이름을 따서 '마린스키'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의 건물은 알렉산드르 2세의 재건축 지시에 따라 A. 카보스가 건축을 맡아 지었다. 극장 우측에 공사중인 건물은 차이코프스키가 졸업한 국립음악원 컨서바토리이다.
잠시후에는 표트르대제가 1709년에 설립한 러시아 최초의 박물관 중 하나이며 세계 최대의 해군 박물관인 중앙해군박물관을 지나간다. 표트르대제가 만들고 좋아했다는 바부시카(Botik of Peter the Great)라는 배가 전시되어 있다는데 들어가지 못해서 사진을 홈페이지에서 빌렸다.
14:00 잠시 Art Space라는 기념품점에 들리는데 역시 대세는 마트료시카인형으로 꽤 비싸다. 거대한 마트료시카인형 앞에서 사진만 한장 찍고 나왔다. ㅋ
카잔성당 가는 길에 성이삭성당이 있어서 카잔성당 설명을 들으며 성이삭성당을 지난다. 테오도시우스 1세를 축복하는 성 이삭 부조가 있는 서쪽 파사드가 버스에서 잘 보인다.
어제 들렸던 니콜라이 1세 청동기마상도 지나는데 신랑신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카잔성당이 있는 넵스키대로에 들어선다.
15:15 카잔성당(Kazan Cathedral)에 도착한다. 카잔대성당은 러시아 정교회에서 추앙하는 카잔의 성모상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는데 이탈리아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을 본뜬 네오클래식 양식의 건물이다. 스트로하노프 백작의 농노 출신 건축가 바로니킨(A.Varonikhin)에 의해 1801년부터 10년에 걸쳐 지어졌다.
돔 위의 십자가가 향하는 곳이 동쪽인데 그 방향으로 반원형으로 돌출된 곳이 지성소이고 정면이다. 성당을 지을 때 제단이 넵스키대로를 향하게되기때문에 도로로 부터 가리기위해 94개의 대리석기둥이 있는 윙을 세우는 바람에 지금의 웅장한 성당이 생기게 되었다. 네프스키 대로(Nevsky Prospekt) 쪽으로 넓혀진 반원형의 회랑에는 94개의 코린트식 기둥이 늘어서 있어 성당이 아니라 무슨 경기장인 듯한 느낌을 준다.
성당의 벽에 카잔 성모(Our Lady of Kazan)이콘이 걸려있고 넵스키대로 쪽으로 피의 구원대성당이 보인다.
성당 앞 광장에 미하일 쿠투조프장군(Mikhail Illarionovich Kutuzov)의 동상이 있다. 나풀레온군이 모스크바에 진격할 때 혹독한 겨울 추위 앞에서 그는 모스크바를 불태우고 후퇴하는 청야전술로 모스크바를 비우고 퇴각함으로써 결국은 나폴레온군이 추위와 배고픔으로 퇴각하게 함으로써 승리하여 러시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장군이다. 1813년 전투 도중에 사망한 그는 카잔성당에서 장례식을 하고 성당에 안장되었다.
광장의 한 편에는 쿠투조프장군 이후 전쟁 후반에 러시아군을 지휘햐여 승리한 바클라이 드 톨리(Barclay de Tolly, Mikhail)장군의 동상이 있다. 그는 원래 프랑스인인데 러시아에 망명한 후에 러시아군을 이끌고 프랑스를 점령했다. 프랑스와 전쟁시 먼저 사령관이었으나 쿠투조프장군에게 밀려났다가 그의 사후 다시 사령관이 되었다.
로마 판테온의 모습을 닯은 카잔성당의 정면 가운데에는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삼각형에서 신의 섭리(Providence)를 상징하는 빛이 뿜어나오는 형상이 있는데 성당의 제단 등 여러곳에서 볼 수 있다. 성당의 왼쪽과 오른쪽 윙을 보고 사진을 찍은 다음 성당으로 향한다.
카잔성당에도 역시 부조가 새겨진 육중한 청동문이 있다. 청동문 위에 날개달린 아기천사인 마스카론이 있는데 좀 기괴한 모습으로 섬찍하다.
청동문 옆에는 러시아 정교회의 사도인 성 안드레이(Andrey Pervozvannogo)의 청동상이 있다. 반대쪽에는 러시아정교회를 받아들인 최초의 성인인 키에프의 성 블라디미르 동상이 있는데 왼손에 칼, 오른 손에 이교도제단을 누르고있는 십자가를 잡고있다.
청동문을 들어서면 중간문의 위에 작은 카잔의 성모 이콘과 십자가가 장식되어있다.
성당에 들어서자 좀 어둡다고 느껴지는 조명 속에 많은 이콘과 화려한 장식들이 눈길을 끌고 원래 의자가 없는 정교회 성당 안을 관광객들이 꽉차게 메우고 있다. 17미터의 폭을 가진 돔에서는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다.
카잔성당의 이콘의 핵심은 카잔의 성모(Our Lady of Kazan)이콘이다.
많은 이콘들의 주제가 성모 마리아이고 어떤 이콘 위에는 아칸서스 잎을 은세공 부조로 새겨 놓았다. 아칸서스는 코린트 양식의 기둥의 상단을 장식하는데 쓰이 듯이 서양에서 이런 저런 장식에 많이 사용된다. 이콘들과 함께 성화도 많이 있는데 성화에서 빨간 옷을 입었으면 그리스도 예수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이콘이 벽에 걸려있지만 의자 받침대 위에 놓여있는 성모 이콘도 있다. 각각의 이콘에 대한 이름이나 세부사항을 알 수 없어서 그냥 천천히 돌아본다. 카잔의 성모 이콘 앞에는 신자들이 기도를 드리기 위해 줄을 서있다.
동쪽 주제단은 '카잔의 성모 예배실'인데 좌측에 카잔의 성모 이콘이 있고 성모 이콘 옆에 있는 제단화 '성모 승천'은 19세기 전반 러시아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카를 브륄로프(Karl Briullov 1799~1852) 작품이다.
가운데 제단에는 삼위일체 삼각형에서 뿜어나오는 햇살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삼위일체 삼각형 안에는 신(God)을 뜻하는 보그(Бог)의 약어 Бгъ라는 글자가 있다. 사제가 드나드는 문은 '왕의 문'(Royal Gate)이라고 부르는데 블라디미르 보로비콥스키(Vladimir Lukich Borovikovsky :1757~ 1825)가 그린 성에카테리나를 비롯한 성인들 그림이 있다. 아름다운 문이라고도 부르며 일반인석과 지성소를 구분한다.
왕의 문 우측에 성수를 들고있는 그리스도의 이콘이 있고 그 위에는 부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화가 있다.
어떤 그림들은 아래 그림 설명이 있는데 전혀 해독이 안된다. 알파벳 비슷하지만 키릴문자는 전혀 다른 음운체계를 갖고있기 때문이다. ㅠㅠ
주제단을 향해 2열로 늘어선 열주기둥의 모습이 웅장한데 전체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서 성당 홈페이지에서 빌렸다.
열주기둥 한켠에 초기 기독교의 교부였던 성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John Chrysostom)의 이콘이 있는데 제37대 콘스탄티노폴리스 대주교인 그는 카톨릭, 성공회, 정교회 모두에서 성인으로 추대되었다.
그 옆에는 그리스도의 탄생과 경배하는 사람들을 그린 이콘이 있는데 앞에 빨간 모자와 옷을 입고 빨간 책을 든 처자가 눈길을 끈다. 그 옆에는 성 모자상 아래 정교회의 성인들을 그린 이콘이 걸려있는데 성인들 이콘은 머리에 후광이 나오도록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콘들 옆에는 이콘을 지키는 직원들이 한 명씩 앉아있는 곳이 있는데 좀 중요한 이콘인 모양이다. 마치 사진처럼 정교회의 중요한 인물들을 그려놓은 이콘을 지난다.
제단과 이콘들이 있는 곳곳에 양초들이 밝혀져 있는데 정교회는 카톨릭과 달리 가늘고 긴 양초를 사용하고 보통은 순수한 밀납으로만 만든 것을 사용한다.
남쪽 예배실은 원래 카잔성당 자리에 있었던 성당 이름을 물려받은 성모 탄생 채플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이 서있다.
반대쪽에는 키에프에 수도원을 세운 러시아 성인 안톤과 테오도시우스를 기리는 북쪽 예배실 지성소가 있다. 지성소로 통하는 로얄게이트의 좌측 중앙에 있는 것이 가브리엘 대천사의 이콘이다.
기둥과 드럼 사이의 볼프라고 부르는 네 곳에는 4대복음을 쓴 예수의 제자들 그림이 그려져있다.
동쪽제단 위 돔 천장을 올려다 보면 16개 채광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모습이 예쁘다. 돔 아래의 드럼에는 성서의 이야기를 부조로 만들었는데 예수탄생을 경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치 모양이 교차되는 궁륭 밑의 기둥에도 금 도금을 한 십자가를 잡고 있는 천사들의 부조가 붙어있다.
돔 중심의 바로 아래 중앙에는 촛불 모양의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고 그 맞은편에는 산상 수훈의 예수 성화가 붙어있는 것을 본다.
마이 레이디 카잔 성모를 닦고있는 관리인이 관광객들과 어울려 대조를 이룬다.
성당을 돌아보는 중에 미하일 쿠투조프장군의 묘소도 보는데 전투 당시의 도시 모습과 그의 사진이 전시되어있다. 그 옆에는 돔 위에 첨탑의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성당에서 밖으로 나와서 넵스키대로를 본다. 성당 건너편에 오래되고 유명한 아르누보 양식의 돔 끄니기서점(Дом Книги)이 있는데 돔은 러시아어로 '집', 끄니기는 '책'이란 뜻이다. 2차세계대전 중 레닌그라드가 포위됐을 때도 쉬지않고 영업을 했다고 하는데 안에 시인 푸시킨이 좋아했던 카페도 있다고 한다. 마침 옥상에서 신혼부부가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 건물 이름은 싱거(징게르)빌딩인데 미국대사관이 세들었을 정도로 유명한 건물이고 러시아에서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이기도 하다.
카잔성당의 전체 모습을 찍기위해 좀 멀리 거리를 두고 촬영해 본다. 넵스키대로 넘어로 피의 구세주 성당(Iglesia sangre derramada)을 다시 본다.
멋있는 넵스키대로의 건물과 카잔성당을 되돌아 보며 성당을 떠난다.
카잔성당 동영상으로 보기 클릭 https://youtu.be/NQ5xLbCSb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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