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버섯
버섯만큼 착한 가격과 빼어난 맛과 향, 다양한 활용도를 자랑하는 식재료도 없다. '미각 사치족'을 넘어서 '헬프족Healp(헬시 healthy와 프리미엄 푸드premium food의 합성어)'의 장바구니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이니, 이 가을의 밥상에 품격을 더하고 싶다면 버섯이 해답이다.
요즘은 마트만 가도 신기한 버섯 천지다. 친숙한 느타리만 해도 느타리만가닥이나 애느타리 등으로 세분화되고, 표고나 새송이, 양송이, 팽이, 목이, 능이처럼 익숙한 버섯은 물론 참송이나 황금송이, 잎새버섯부터 포토벨로와 포르치니 등 외국 이름의 신상 버섯도 쉽게 눈에 띈다. 해를 거듭할수록 종류가 다양해지는 이유는 인공 재배가 발달하면서 나날이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기 때문이다. 능이나 송이처럼 인공 재배를 하지 못하는 자연산 버섯을 제외하고는 무농약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실내에서 1년 내내 재배해 철 없이 빼어난 버섯을 즐길 수 있는 것. 그래도 제철은 가을이다.
제철 맞은 버섯은 맛과 향이 더욱 깊고 좋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당질과 단백질, 지질, 무기질, 비타민 B₁, 니아신, 에르고스테롤, 구아닐산 등이 풍부하다. 이 중 구아닐산은 버섯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으로 열을 가하면 그 향이 증가한다. 서울가락시장 농산물 경매사는 우리나라는 버섯 재배 기술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지라 국내산 버섯은 믿고 구입하되 가급적 친환경 농산물 인증 마크가 있는 것을 구입하기를 권한다.
기대 이상의 전채 요리
버섯의 폭신하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독특한 향내는 동서양 미식가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그중 산중 고송 밑에서 소나무의 기운을 받고 자라는 송이버섯은 생것 그대로 간만 살짝 하면 전채 요리로 내기에 더없이 좋다. 버섯을 살짝 튀겨 하루 정도 매리네이드하면 2~3일 두고 먹어도 되는데,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루콜라 등 잎채소를 곁들여 샐러드로 즐겨도 맛있다.
송이버섯잣소금무침
재료(4인분)
송이버섯 80g, 잣가루 2큰술, 소금 1/3작은술
만들기 1송이버섯은 밑동의 흙을 칼로 저며내고 흐르는 물에 손으로 살살 밀어서 껍질을 벗긴다. 갓 부분의 막도 벗겨 손질한 후 반 잘라서 길이로 가늘게 찢는다.
2①의 송이버섯을 잣가루와 소금을 뿌려 살살 무친다.
송이소면
재료(4인분)
송이버섯 60g, 육수 11/2컵, 국간장 1/2작은술, 고운 소금 1/3작은술, 설탕 1/5작은술
만들기 1송이버섯은 손질해 길이로 반 자른 다음 손으로 가늘게 찢는다.
2①의 송이버섯을 그릇에 담고 뚜껑을 덮어 절인다.
3육수는 국간장, 고운 소금, 설탕으로 간해 팔팔 끓여 ②의 그릇에 붓는다.
버섯 매리네이드 샐러드
재료(4인분)
양송이버섯 150g, 표고버섯?새송이버섯 100g씩, 양파 1개, 마늘 8쪽, 에샬로트 2개(혹은 양파 1/4개), 페페론치니 4개, 월계수 잎 2장, 올리브유 1컵, 레드 와인 비니거 2작은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양송이버섯은 길이로 반 자른다. 큰 것은 4등분한다. 표고버섯은 갓 가장자리와 기둥을 자른 다음 4등분한다. 새송이버섯은 반 자른 다음 길이로 4등분한다.
2양파는 12등분하고, 마늘과 에샬로트는 반으로 썬다. 페페론치니는 반 잘라 씨를 털어낸다.
3냄비에 올리브유를 부어 중간 불에 올린 후 ②의 마늘, 에샬로트, 페페론치니와 월계수 잎을 넣어 기름에 향이 배도록 30초 정도 노릇하게 튀긴 다음 건진다.
4③의 달군 기름에 ①의 버섯, ②의 양파 순으로 튀긴 후 건진다.
5튀긴 버섯과 양파를 볼에 담고 뜨거울 때 레드 와인 비니거, 소금, 후춧가루, ④의 튀김 기름을 넣고 섞은 뒤 ③의 재료를 넣어 섞고 냉장고에 넣어 매리네이드한다.
가을 보양식의 백미, 버섯전골
전골은 재료에 구애받지 않아 매력적인 요리다. 냄비에 제철 버섯을 종류대로 넣고 쇠고기도 넣어 끓이는 버섯전골은 버섯 요리 중에서는 대표 격으로 꼽힌다. 개운한 맛도 일품이지만 환절기 보양식으로 으뜸이기 때문이다. 이때 표고버섯은 빠지지 않는데, 깊은 향 때문에 국물 요리에 자주 쓴다. 건표고버섯을 불려 밑국물을 낼 때 넣으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버섯전골
재료(4인분)
무?새송이버섯 80g씩, 표고버섯?느타리버섯?쇠고기(치맛살 양지) 60g씩, 양파 1/2개, 쪽파 8뿌리, 홍고추 1개 양념장 진간장 11/2큰술, 다진 파 2작은술, 설탕?다진 마늘?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국물 쇠고기 육수 4컵, 국간장 1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무는 길이 3cm, 폭 1cm로 얇게 썰어서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삶아 건진다.
2새송이버섯은 길이로 반 잘라 얇게 썬다.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느타리버섯은 끓는 물에 데쳐서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살짝 짜고 길이로 찢는다.
3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는다.
4쇠고기는 채 썰어 ③의 양념장 1/2큰술을 넣고 무친다. 남은 양념장은 ①의 삶은 무에 넣어 무친다.
5양파는 채 썰고, 쪽파는 4cm 길이로 썬다. 홍고추는 길이로 반 잘라 씨를 긁어내고 4cm 길이로 채 썬다.
6쇠고기 육수에 국간장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후 끓인다.
7전골냄비에 양파, 양념한 쇠고기와 무를 깔고 그 위에 버섯과 쪽파, 홍고추를 둘러 담은 다음 팔팔 끓인 국물을 붓고 끓이면서 거품을 걷는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한다.
뭐니 뭐니 해도 버섯밥이 보약
< 동의보감 > 에서 버섯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송이버섯은 구하기 힘들고 값도 비싸 이맘때 미식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식재료다. 반면 표고버섯은 '국민 버섯'이라 할 만큼 일상 요리에 자주 사용하지만 버섯 중 최고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몸이 허할 때 두 가지 버섯을 넣고 밥을 해 양념장만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보양식이 된다. 입맛이 없을 때는 덮밥으로 즐기면 맛있다. 단, 버섯 요리는 양념을 강하게 하면 특유의 향이 사라지므로 약하게 하는 것이 좋으며, 열에 약하므로 볶거나 끓일 때는 맨 마지막에 넣는다.
버섯밥
재료(4인분)
쌀 2컵, 송이버섯 150g, 표고버섯 2개(60g 정도), 작은 버섯류 50g, 밤?대추 4개씩 양념장 진간장 3큰술, 다진 대파 1대분, 쪽파 4뿌리, 설탕 1작은술, 참기름?통깨 1큰술씩
만들기 1쌀은 씻어서 체에 밭쳐 30분 정도 물에 불린다.
2송이버섯은 밑동과 갓 부분을 손질한 후 손으로 굵게 찢는다. 표고버섯은 기둥 끝을 약간 잘라낸 방사선 모양으로 6~8등분한다. 작은 버섯류도 씻어 건진다.
3밤은 속껍질까지 말끔히 벗겨 찬물에 담갔다가 건지고, 대추는 씻어서 돌려 깎아 씨를 발라낸다.
4솥에 쌀과 밤을 넣고 물을 부어서 끓인다. 끓어오르면 ②의 버섯과 대추를 넣고 불을 줄여서 뜸을 들인다. 양념장을 곁들이면 찬이 필요 없다.
버섯덮밥 소스
재료(4인분)
새송이버섯과 작은 버섯류 400g, 양파 1개, 마늘 4쪽, 베이컨 8장, 소금?후춧가루?송송 썬 쪽파 약간씩 소스 청주?맛술?진간장 6큰술씩, 버터 2큰술
만들기 1새송이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걷고 길이로 굵게 찢고, 작은 버섯류는 씻어 건진다.
2양파는 굵게 채 썰고, 마늘은 얇게 편으로 썬다.
3베이컨은 2cm 폭으로 썰어 달군 팬에 노릇하게 볶은 다음 건진다. 베이컨을 볶은 팬에 ②의 양파와 마늘을 넣고 볶다가 ①의 버섯을 넣고 볶는다.
4③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후 버터를 제외한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버터와 볶은 베이컨을 넣어 섞는다. 그릇에 담아 송송 썬 쪽파를 뿌리고, 밥 위에 적당량씩 덜어 먹는다.
솜씨 부리기 좋은 별미
서양에서는 버섯을 가리켜 '채소 스테이크'라고 한다. 무기질이 풍부하고 단백질도 적절하게 함유되었기 때문. 주로 매리네이드하거나 구워 곁들이 음식으로 즐기지만 버섯이 주인공이 되는 요리도 있다. 파스타에 주재료로 넣거나 버섯 속에 채워 넣는 스터프트 머시룸stuffed mushrooms이 대표적이다. 만들기도 간단하고 솜씨를 뽐내기도 좋은 메뉴이니 가을에 손님 초대할 일이 있다면 참고할 것.
버섯 파스타
재료(4인분)
파스타 320g, 여러 가지 버섯 400g, 양파 120g, 마늘 10쪽, 올리브유 50ml, 소금 적당량,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파스타는 끓는 물에 소금 1큰술을 넣고 알덴테로 삶아 건진다. 이때 파스타 삶은 물을 2컵 정도 떠놓는다.
2버섯은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다. 양파는 다지고, 마늘은 얇게 슬라이스한다.
3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②의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버섯을 넣고 볶는다. 여기에 ①의 파스타를 넣고 볶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고 파스타 삶은 물을 넣고 볶는다.
스터프트 머시룸
재료(4인분)
포토벨로 4개(혹은 양송이버섯 20개 정도), 베이컨 8장, 크림치즈 100g, 다진 로즈메리 1/2작은술, 쪽파 2뿌리
만들기 1포토벨로나 양송이버섯은 기둥을 뗀다.
2베이컨은 달군 팬에 노릇하게 볶아 기름기를 빼고 다진다. 쪽파는 송송 썬다.
3크림치즈에 ②의 다진 베이컨과 쪽파, 다진 로즈메리를 넣어 섞는다.
4①의 버섯갓을 뒤집어 ③의 소를 채워 넣은 후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 굽는다.
말린 버섯의 디저트 재발견
버섯은 디저트 재료로도 손색없다. 특히 고명으로 자주 쓰는 석이버섯으로 만든 단자와 말린 버섯을 튀겨 먹으면 그야말로 별미다. 말린 버섯을 즐겨 먹으면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인 셈. 버섯에 들어 있는 에르고스테롤은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 D로 변하는데, 이 성분은 혈관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더군다나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 씨는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은 말린 것이 맛과 향은 물론 영양 면에서도 좋다고 하니 생것도 반나절 정도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버섯튀김
재료
말린 표고버섯?말린 목이버섯 30g씩, 튀김 기름 적당량, 파르메산 치즈 가루?설탕 약간씩
만들기 1말린 표고버섯과 말린 목이버섯은 물에 헹군 후 물기를 완전히 걷고 펴놓아 말린다.
2팬에 기름을 부어서 달군 후 ①의 버섯을 넣고 갈색이 돌게 튀긴 다음 건져 뜨거울 때 파르메산 치즈 가루와 설탕을 뿌린다.
석이단자
재료(10×16cm 배트)
석이버섯 40g, 찹쌀가루 2컵, 꿀 3큰술, 잣가루 2/3컵
만들기 1석이버섯은 물에 불린 후 물기를 걷어내고 곱게 다진다.
2찹쌀가루에 꿀을 넣고 싹싹 비벼 섞은 다음 ①의 다진 석이버섯을 넣고 둥글넓적하게 반대기를 만든다.
3찜통에 젖은 면포를 깔고 ②의 반대기를 얹어서 25~30분 찐 다음, 큰 볼에 담고 방망이로 꽈리가 일도록 치댄다.
4네모난 쟁반이나 배트 바닥에 꿀을 바르고 ②의 반죽을 평평하게 편 다음 꿀을 바르고 식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잣가루를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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