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밥풀 꽃(금낭화) - 신사 박인걸
입술보다 먼저 젖은 눈동자여
밥은 식지만 진실은 남는다,
죄 없이 누명으로 목숨을 잃은
숨죽인 봄날 묻힌 곳에 꽃이 핀다.
무덤보다 먼저 묻힌 억울함에
슬픈 사연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하얀 밥알처럼 매달린 붉은 핏방울들
누가 저 입매를 본 적이 있는가.
별 없는 하늘보다 무서운 침묵
정죄보다 더 아픈 오해
바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밥풀 꽃은 해마다 목이 메어 운다.
그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봄은 그 슬픔을 잊지 않는다.
한 맺힌 며느리의 마지막 기도처럼
죄없이 더욱 붉게 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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