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롱나무 / 성백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배롱나무가 많다
온몸을 빨간 꽃봉으로 뒤집어쓰고
실바람에도 간들간들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6, 7, 8월, 여름이 다 가도록
줄기차게 끓는 폭염 속, 저 정염
무엇이 있는가 싶어 가까이 가 보는데
홀딱 벗었다
껍질이 벗겨지고 드러난 속살
윤가가 자르르 흐른다
저절로 손이 가는데, 참는다
일명 간지럼 나무라고 하였으니
간지럽다고 낄낄거리며 몸부림치다가
꽃잎 다 떨어지면
괜히, 내가 너 꺾었다고 누명 쓰게 될라
야, 배롱나무
헛꿈 꾸지 마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네 꽃의 나이가 백일이면 내 나이는 팔십 년이야.
하지만 고맙구나. 조금은 젊어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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