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목 - 박인걸 눈 덮인 아파트 정원을 따라 꽃샘추위 움츠리며 걸을 때 벌거벗은 회양목 가지 사이마다 보잘것없는 꽃송이 벌써 웃는다. 겨울을 머금은 잎새마다 어느 서원의 묵은 정원석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제히 제 자리를 지켜왔다. 해마다 봄이 오기도 전에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송이 추위에 떨면서 지나가는 바람도 그 앞에서는 걸음을 늦춘다. 활엽수 계절 따라 옷을 바꿔도 고집스런 절개의 빛깔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은 적이 없었다. 사람도 회양목처럼 사시사철 푸르름 잃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으며 변하지 않는 마음 하나 품고 살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