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 성백군
해도 늙습니다
저녁해는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해는 아침에 다시 떠오르면 되지만
인생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합니다
해 아래 아니 살 수는 없지만
해 따라 살지는 말아요
일상이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못하고,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면
삶이 우상이고, 구원 없는 종교가 됩니다.
일등이면 어떻고 꼴찌면 어떻습니까
빨리 가면 인생이 더 길어진답니까?
쉬엄쉬엄,
넘어진 아이 일으켜 세우고
기진한 늙은이 손 잡아 이끌어 주고
노숙자에게 푼돈 몇 안겨줘 봐요
시간은 늦어지겠지만
기억해 주는 이 있어
삶은 더 길어지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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