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의 노래 - 박인걸
2024년은 오래폭퐁의 언덕이었다.
눈부신 시간의 입자들이
우리의 가슴과 눈을 때리며 지나갔다.
희망은 깃발처럼 펄럭였고
절망은 지평선에 깔린 그림자였다.
우리는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하늘은 찢어졌고 대지는 울부짖었다.
폭우에 강물은 괴물이 되고
삶은 떠내려가는 나뭇잎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롤 뿌리가 되어
물속에서도 단단히 섰다.
우리의 숨결은 잠긴 숲이지만
그 속에서 새싹은 다시 피어날 것이다.
분열의 칼날은 도시의 심장을 갈랐고
언어는 총이되어 서로를 겨누었다.
하지만 갈라진 틈 사이로
한 줄기 빛은 희망을 주었다.
올림픽의 불꽃이 별처럼 흩어질 때
우리는 잠시 하나의 이름으로 불렸다.
하늘에서 떨어진 날개 잃은 비행기
비명도 없이 활주로에 미끄러질 때
우리는 침묵의 하늘만 바라보았다.
계엄령의 그림자는 여전히 깃들고
진실의 종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우리는 별자리를 외우며
나침판 없는 광야길을 헤매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 바다는 흉흉하고
달은 우리의 눈물을 비추며 떠오른다.
시간은 끝없이 반복되는 물결이지만
우리는 그 위에 새로운 배를 띄운다.
2024년이라는 페지를 넘기고
2025년이라는 새벽에 발을 내딛는다.
이제 우리의 합창은 더 높게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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