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개쑥갓 - 김승기
요즘의 겨울이란 게
옛날 같지 않아서
춥지도 않은 것이,
한두 번쯤 몰아닥치는 추위란 것도
한 사나흘 반짝 춥기는 한데
새벽의 수은주 겨우 영하로 내리는가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르르 풀어져 버리고 마는,
다만 나뭇가지에 잎이 없으니
가끔은 눈발도 날리고 하니
그래서 그저 겨울이거니 생각이 드는데,
그 말뿐인 겨울이다 싶게
양지바른 언덕이나 담장모퉁이 틈서리에는
푸른 잎으로 노오랗게 꽃을 달고 있는 풀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영락없는 개쑥갓으로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음이
반갑고 기쁘기 하다가도
그래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벌 나비 없으니
바라보는 내 눈빛이
황홀함보다는
가슴 저리는 애처로움으로 찡그려지고 마는데,
일년 내내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감싸준다고
찬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피우는 꽃
보아 달라고
제 딴엔 한껏 멋을 부려 보려고 했을지는 모르지만
쓸쓸한 들녘을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수놓고 싶은
착한 마음씨를 드러내 보이고 싶었다고도 볼 수 없는
꽃은 제 철에 피어야 행복이지 싶은,
요즘은 겨울날에도 보아야 하는
낯설지 않는 그런 개쑥갓
* 한국의 야생화 시집 (2) [빈 산 빈 들에 꽃이 핀다]
※ 개쑥갓 :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로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별도의 꽃 피는 시기가 없이 남쪽지방에서는 1년중 계속 꽃이 피며, 중부 내륙지방에서는 4~10월에 노란색의 꽃이 피어 곧 씨를 맺는다. 풀잎의 모양이 쑥갓과 비슷하며 들에서 함부로 자란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한방에서「구주천리광(歐洲千里光)」이라 하여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 약재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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