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盆栽) - 박인걸
씨앗속의 꿈은 철사줄에 묶이고
뿌리는 흙을 갈망하건만
좁디좁은 화분 속에 묶였다.
사나운 손아귀는 가위를 쥐고,
피어나지 않은 희망을 잘라내며
자유란 단어를 칼끝으로 묻어버린다.
하늘 향해 뻗어 오르려던 이상
황금빛을 쫓던 그 녹색의 속삭임은
이제 뒤틀어진 등으로 침묵한다.
구부러지고 쪼그라진 가련함
작은 틀 속에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작품이라 부르지만 작품이 아니다.
자유를 외치지만 자유는 없다.
잘려나간 가지마다 눈물이 고여
분재라 불리는 감옥 속에서
살아있으나 살아있지 않은
남아 있는 건 희미한 체면뿐이다.
어느 날 뿌리가 흙을 부수고
마침내 가지가 철사를 자를 수 있을까?
쏟아지는 별빛이 노래가 될 수 있을까?
자유를 잃은 네 모습이 마냥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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