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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무게 - 박인걸

HIIO 2025. 1. 17. 10:15

그림자의 무게 - 박인걸

그림자는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그 무게는 말없이 나를 짓누른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
발밑에 드리운 실루엣이 속삭인다.
너의 삶은 너만의 것이 아니라고
아버지의 그 깊은 침묵처럼
그림자는 늘 그 자리에 있다.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 짐을 지고,
언제나 나를 따라온다.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마다
그 속엔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선명해지고
어둠 속에서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떠올리지 않은 사랑과 희생과
숨겨진 책임과 두려움이
그림자의 무게로 내 어깨에 내려앉는다.
나는 다시 나에게 묻는다.
언젠가 이 무게를 벗어날 거냐고?
그러나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묵묵히 나와 함께 걸으며
삶이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조용히 일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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