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의 노래 - 박인걸
봄바람은 먼 고향을 떠올린다.
낡은 흙벽돌 담장 너머
진홍빛 복사꽃 눈뜨는 봄날
사월은 다시 처음처럼 시작된다.
피를 토하듯 붉은 꽃잎 하나가 피기까지
언 발 땅에 묻은 겨울의 신음과
서릿발에 입술 깨문 꽃눈의 기다림을
복사꽃은 뜨겁게 외친다.
참아 낼수록 붉게 타오르고
기다릴수록 환희가 되는 순간이 오며
산수유 웃음보다 조용하고
진달래꽃보다 그 붉음은
새벽마다 엎드리는 어머니의 기도와 같다.
마을의 정적 위로
종소리처럼 번지는 핏빛 꽃잎과
냉이 꽃 새하얗게 핀 밭둑에
흙을 헤집고 나오는 숨소리처럼
복사꽃은 그런 봄의 깊은 속살이다.
지붕마다 붉은 연기가 차오르고
골목마다 짙은 눈빛의 아이들이 재잘댈 때
그건 복사꽃이 아주 조용히
마음껏 노래한 봄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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