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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꽃 그리움 - 신사 박인걸

HIIO 2025. 4. 15. 09:46

살구 꽃 그리움 - 신사 박인걸

먼저 피어나는 건 언제나
기다림보다 더 큰 아픔이다.
담장 위에 매달린 그 고운 빛 잎새 하나
고향 어귀 바람보다 먼저 터진 서러운 가슴
너는 봄의 앞날개
한 송이 곱게 피울 때마다
나는 잊은 줄 알았던 이름을 또 부른다.
슬픈 죽음처럼 곱고 조용한 너
살구꽃이 진다는 건
누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싸리 울타리 너머로 뻗은 가지 끝에
어머니 목소리가 꽃처럼 피면
짙은 흙냄새 속에 묻은 유년의 그림자
낮은 담벼락에 귀를 대면
꽃잎 속삭이는 소리 들린다.
이곳이 너의 처음이며
너는 아직 내 그리움의 끝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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