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든 사과 / 성백군
사과를 깎다 보면
칼날이 잘 안 나가는 곳이 있다
멍든 부분입니다
높은 곳이 싫다
바람맞기 쉽고
떨어지면 더 많이 상합니다
나도 젊었을 때는
더 많이 더 높이 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늙어, 혈기가 꺾인 탓일까
철이 던 탓일까? 욕심이 없어졌다.
어차피 죽을 때는 다 놓고 갈 것
빼앗기는 것보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보, 아침 식사다.
아픈 아내를 깨워 식탁 앞에 앉히고
자랑한다
조금 해 놓고는 평생 수고한 아내에게
큰소리칩니다
멍든 사과도
멍이던 부분을 파내고 나면
먹을 만하다고 내가 나를 먹는
행복한 식사 시간입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9월 / 목필균 (2) | 2025.09.01 |
|---|---|
| 오이풀꽃 - 백승훈 (6) | 2025.08.29 |
| 여름 민들레 꽃 - 신사 박인걸 (4) | 2025.08.26 |
| 백일홍 - 신사 박인걸 (5) | 2025.08.25 |
| 태산목 꽃을 보면 - 백승훈 시인 (12) | 2025.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