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848

철쭉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철쭉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봄비 뿌리며 다녀간 자리에햇살이 시리게 빛나는 길섶 화단에는지금 막 불꽃 피며 꽃잎과 입맞춤온통 붉게 불타는 꽃의 향연고운 품위를 자랑하는 꽃진달래가 여리고 은은한 소녀라면철쭉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붉게 물들이며 뽐내누나무리지어 붉게 토해내는정열적인 젊은이를 느끼는 사랑의 꽃무엇에도 굽히지 않는 강인함으로사랑의 기쁨 주는 꽃이란다짙은 꽃향기로 사로잡으며아름다운 탄성이 울려 퍼지는데붉은 이미지 지닌 요염한 사랑의 여인누가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오저 철쭉꽃 여인의 앞을

좋은 글 2024.04.29

노랑제비꽃- 백승훈

노랑제비꽃.- 백승훈..  봄이 오면 찾아가는 제 고향 뒷산에저만 알고 있는 노랑제비꽃 군락지가 있습니다.꽃샘바람 매운 산기슭 묵은 낙엽 사이로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는 노랑제비꽃.그 귀여운 모습 보고 싶어 봄마다 찾아가지만무작정 찾아간다고 아무 때나 만날 수는 없습니다.어느 때는 너무 일러 꽃이 피지 않았고어느 때는 너무 늦어 이미 지고 없습니다.사람처럼 미리 약속하고 만날 수도 없는 꽃이라어쩌다 못 만나고 돌아설 때면 허탈한 마음에죄 없는 노랑제비꽃을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하지만 산을 내려오며 곰곰 생각해 보니순전히 때를 맞추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는 뉘우침과 함께때를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내일 모레는그리운 사람들 모두 만나는 즐거운 설날입니다.때를 놓..

좋은 글 2024.04.26

라일락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라일락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별빛 빛나는 밤에도 방긋이 웃는 연보라 빛 미소 은은한 저 꽃망울 순결하고 맑은 자태 그리움이 꽃송이에 묻어나며 한껏 맑은 마음을 토해내는 향긋한 저 꽃향기 그 꽃향기에 흠뻑 취했는데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라일락 순결한 저 사랑의 마음 라일락 꽃향기에 취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섰는데 연보라 빛 꽃 속에 떠오르는 인자한 그리운 어머니 꽃향기 타고 스며들어온다 어머니의 향기가

좋은 글 2024.04.23

등꽃 아래서 - 송수권

등꽃 아래서 송수권 한껏 구름의 나들이가 보기 좋은 날 등나무 아래 기대어 서서 보면 가닥가닥 꼬여 넝쿨져 뻗는 것이 참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철없이 주걱주걱 흐르던 눈물도 이제는 잘게 부서져서 구슬 같은 소리를 내고 슬픔에다 기쁨을 반반씩 어무린 색깔로 연등날 지등(紙燈)의 불빛이 흔들리듯 내 가슴에 기쁨 같은 슬픔 같은 것의 물결이 반반씩 한꺼번에 녹아 흐르기 시작한 것은 평발 밑으로 처져 내린 등꽃송이를 보고 난 그후부터다. 밑 뿌리야 절제없이 뻗어 있겠지만 아랫도리의 두어 가닥 튼튼한 줄기가 꼬여 큰 둥치를 이루는 것을 보면 그렇다 너와 내가 자꾸 꼬여가는 그 속에서 좋은 꽃들은 피어나지 않겠느냐? 또 구름이 내 머리 위 평발을 밟고 가나보다 그러면 어느 문갑 속에서 파란 옥빛 구슬 꺼내 드는..

좋은 글 2024.04.22

감자꽃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감자꽃 - 김승기 아픈 살을 도려내어야 싹을 틔우는 만큼 화려하지도 못한 낳지도 못할 씨 주머니 움켜잡고 있는 거세 당한 꽃 늙은 아버지처럼 등이 굽었다 ※ 감자 : 가지과의 한해살이풀로 남아메리카 고지대 원산이다. 원산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로 중부지방의 농가에서 작물로 재배한다. 뿌리줄기 끝이 덩이줄기로 되어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잎은 어긋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깃꼴겹잎으로 작은잎은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5~6월에 흰색 또는 자주색의 꽃이 피고, 7~8월에 둥근 모양의 열매가 황록색으로 익는다. 뿌리의 덩이줄기를 식용하고, 한방에서「양우(洋芋)」라 하여 뿌리의 덩이줄기를 약재로 쓴다. ..

좋은 글 2024.04.19

나무의 귀 - 장요원

나무의 귀 - 장요원 가지마다 붙어 있던 소리들을 나선의 밑동으로 밀어넣고 새들이 푸른 귀를 찾아 날아갔다 펄럭이던 그늘보자기가 어진 나무의 소리를 다 싸서 가고 가끔 햇볕의 뼈대만 흔들리고 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닐이 머플러처럼 나뭇가지를 감고, 아직 남은 몇 장의 귀가 은색의 소란을 듣고 있다 이파리들의 소임은 나무의 귀, 햇볕의 등에 그늘을 붙였다 떼는 일 바람의 행선을 알리는 일 엽록의 달팽이관에 새들의 졸음을 재워주기도 한다 은밀한 파동이 들어있는 몇 칸의 서랍이 만들어지고 있을 오동나무 햇빛 두어 채 개켜두거나 혹은, 새들의 사서함이거나 노숙하는 구름이 묵어갈 서랍들 따뜻하라고, 은색의 비닐머플러가 감겨져 있다 늙은 오동나무는 늙은 바람의 목덜미이다 무거운 귀를 툭툭 흘리고 맨몸으로 서 있는 ..

좋은 글 2024.04.18

배꽃과 친구 - 박동수

배꽃과 친구 - 박동수 허허한 봄 밤 창가에 어른 거리는 하얀 꽃 빛이 누구일까 해이는 동안 쓸쓸한 웃음 띄우며 다가오는 너의 모습 또 내가 꿈을 꾸는가 보다 달빛보다 더 밝다고 나무 밑에 앉아 배꽃 향기에 취해 밤을 세우던 넌 지금 어디에 있는가 불어오는 봄 바람에 꽃잎이 날리고 있다네 애틋하게 부르짓던 너의 사랑의 긴 사연은 배꽃 잎에 묻어 날리고 있는데 너는 이 봄 밤을 어느 나무 밑에서 그리움을 달래고 있는가 먼 먼 그리운 친구여!

좋은 글 2024.04.16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감자 - 뚱딴지 백승훈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감자 - 뚱딴지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쪽빛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해바라기 꽃을 닮은 노란 꽃이 어여쁘게 피었습니다. 그 노란 꽃은 뚱딴지, 또는 돼지감자라 불리는 여러해살이풀의 꽃입니다. 뚱딴지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행동이나 사고방식 따위가 너무 엉뚱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 적혀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훌쩍 키가 큰데다가 잎사귀도 비슷하여 해바라기로 착각하기 쉬운 정말 뚱딴지 같은 꽃이지요. 해바라기를 닮은 노랗고 예쁜 꽃과는 달리 뿌리를 캐어보면 아무렇게나 생긴 못생긴 덩이줄기가 나오는데 예전에는 맛이 없어 돼지 먹이로 주면서 돼지감자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원래 돼지감자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식량이었다고 합니다. 17세기 경부터 유럽에서도 식용으로 사용하였으며 프랑..

좋은 글 2024.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