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848

첫눈 오는 날의 여백- 박종영

첫눈 오는 날의 여백 북국의 나라에서 이 겨울 첫 손님으로 찾아와 내리는 눈발, 초설이다 그래서 첫눈은, 초경 치른 소녀같이 상큼하고 새침해서 흩날리는 기품도 상냥하고 수줍다 경계가 없는 하늘아래 스스로 녹아내려 깃대없는 이정표를 꽂으며 메말라 푸석한 잡풀이거나 덤불 속이든 사그락대며 마른 잎에 부딪히는 둔탁한 아픔을 듣는다 지난 밤 방탕한 내 명정(酩酊)의 여백 사이를 헤집어 파고드는 첫눈의 속삭임, 아픔을 참으라는 다그침의 소리다 지금, 그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한데 그리움 같은 첫눈의 순정이 몸을 녹이며 눈물되어 흩날린다. - 박종영

좋은 글 2022.12.19

궁궁이 꽃 - 백승훈 시인

궁궁이 꽃궁궁이 : 우리나라 산골짜기나 냇가 근처에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80cm~150cm​정도로 자라고 줄기는 곧게 서고 가지를 치며 뿌리는 다소 굵다. 8~9월에 흰색꽃이 피는데​복산형꽃차례로 작은 우산자루는 20~40개로 작은 꽃들이 다보록이 모여 피어 꽃다발처럼 ​보인다. 뿌리는 한약재로 쓴다.​​​궁궁이 꽃​​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구세군 자선남비 속에​백동전 하나 넣고 가는​고사리 손을 보았습니다​눈송이보다 더 하얀 백동전을​남비 속에 수줍게 밀어넣고는​총총히 멀어지는 소녀를 보았습니다.​​자잘한 꽃들이 한데 모여​고봉밥 같은 꽃다발을 이루는​여름 냇가에 피는 궁궁이 꽃처럼​비록 보잘 것 없는 백동전이라도​모이고 쌓이면 누군가의 따뜻한 밥이 된다고​속삭이듯 내리는 눈송이 하나가​소..

좋은 글 2022.12.18

팔손이나무 꽃 - 백승훈 시인

팔손이나무 꽃 팔손이나무 : 팔손이나무 꽃 :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 꽃은 10∼11월에 흰색 꽃이 커다란 원추꽃차례로 달려 핀다. 키는 2∼3m까지 자라고, 수피는 회백색이며 몇 개씩 같이 자라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며 긴 잎자루 끝에 달려서 가지 끝에 7~9갈래로 갈라진 잎이 가지 끝에 달린다. ​ 팔손이나무 꽃 ​꽃들이 문을 닫는 겨울 들머리 팔손이나무 홀로 꽃을 피웠다 사철 푸른 잎 펼쳐 하늘 우러르다가 뒤늦게 피어 올린 팔손이나무 꽃 찬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저 당당함이라니 ​어찌 눈 멀지 않고 사랑할 수 있으랴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온몸으로 밀어올렸을 팔손이 나무 꽃 겨울 하늘에 순백의 느낌표를 찍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2.11

억새꽃 - 백승훈 시인

억새꽃 억새꽃 : 억새는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과 들판의 양지에서 자란다. 키는 1~2m까지 자라고, 잎은 길이 약 1m, 폭 1~2cm로 표면은 녹색이며 끝에는 잔톱니가 있고 딱딱하다. 꽃은 회갈색이며 길이는 20~30cm로 이삭처럼 달린다. ​ 억새꽃 ​저무는 11월의 샛강에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 추는 억새꽃을 본다 서슬 퍼런 여름날의 결기 다 내려놓고 먼길 떠나는 강물을 향해 쉬임없이 손 흔들며 눈물 떨구듯 꽃을 날리는 억새꽃을 본다 나이 든다는 것은 부드러워져서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는 일이라고 가만가만 나를 타이른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2.04

명자나무 꽃 - 백승훈 시인

명자나무 꽃 명자나무꽃 : 장미과에 속하는 중국 원산의 낙엽관목으로 꽃은 잎보다 먼저 4월에 홍자색, 흰색 등 다양한 색으로 핀다. 화사한 꽃이 매우 아름답고 은은한 향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밝고 편안하게 해준다. 산당화, 아가씨나무로도 불린다. ​ 명자나무 꽃 바람에 쓸리고 찬비에 젖어 거리를 떠도는 낙엽들이 겨울 앞을 서성이는데 볕바른 화단에 명자꽃 봄보다 더 붉게 피었다 철 모르는 꽃이라고 혀를 끌끌 차다가 이내 나를 돌아본다 걷다 보면 누구나 삐끗할 때가 있다 나도 허방을 짚어 삶이 송두리채 휘청인 적 있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1.27

패랭이꽃 - 백승훈 시인

패랭이꽃 패랭이꽃 :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과 들 건조한 곳에 자란다. 줄기는 모여나며, 곧추서고, 높이 30-50cm다. 잎은 마주나며, 선형 또는 피침형으로 잎 끝은 뾰족하고, 밑은 줄기를 조금 감싼다. 꽃은 6-10월에 줄기 또는 가지 끝에서 1-3개씩 피고, 붉은 보라색이며 다양한 원예품종이 있다. ​ 패랭이꽃 ​시향제 지내던 날 선산에 올라 봉분 위에 핀 패랭이꽃을 보았다 봄 가을로 벌초하여 단정한 봉분 위로 찬바람 무릅쓰고 곱게 피어난 붉은 단심 선조의 넋인 듯하여 꽃을 향해 큰 절을 올렸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1.13

이별의 아픔과 구절초 - 박종영

이별의 아픔과 구절초 늦가을 어느 날 철부지 방황을 마치고 구절초 너에게 무거운 마음을 정착한다. 굽은 등을 추슬러 깨알 같은 시간에 궂은 생각으론 네 향기의 풍미를 훔치는 것은 불비한 행동임을 안다. 인생은 빗살 같은 것, 떠나간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들이 나무람없이 만나는 깊어가는 가을, 진한 너의 향기를 맡으며 머무를 때와 떠나갈 때를 알아, 한세월, 숫된 향기 골고루 풍기며 사랑의 길에서는 언제나 이별의 아픔이 숨어 있음을 알려주는 꽃, 구절초. - 박종영

좋은 글 2022.11.11

구절초 - 백승훈 시인

구절초 구절초 :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기슭 풀밭에서 자란다. 키는 50cm 정도 자라고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번식한다. 9∼11월에 줄기 끝에 지름 4∼6cm의 연한 홍색 또는 흰색 두상화가 한 송이씩 피는데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 구절초 소슬바람에 햇살도 추위를 타는 가을 끝자락 설핏 기운 석양을 향해 하얗게 웃고 있는 꽃 한 송이 새벽마다 무서리 내리는 이 찬 계절에 어쩌자고 피었는가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바라만 봐도 내가 향기로워지는 꽃 구절초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1.06

꽃향유 - 백승훈 시인

꽃향유 꽃향유 :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야에서 자란다. 산야에서 자란다. 줄기는 뭉쳐나고 네모지며 가지를 많이 치고 흰 털이 많으며 높이가 60cm에 달한다. 꽃은 9∼10월에 붉은 빛이 강한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빽빽하게 한쪽으로 치우쳐서 이삭으로 달리며 바로 밑에 잎이 있다. 꽃향유 단풍잎에 취했던가 은행잎에 취했던가 소슬바람에 물든 이파리 색종이처럼 뿌려 대는 키 큰 나무에게 다가서다가 무심코 밟아버린 보랏빛 꽃 한 송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껴 드는 햇볕 한 점 아쉬워 꽃대를 세우고 잠시 다녀 갈 나그네벌을 위해 꽃 속에 꿀을 숨긴 것도 죄가 되나요 허튼 내 발길에 무참히 허리 꺾인 꽃향유가 향기로 내게 묻는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0.30

털머위꽃 - 백승훈 시인

털머위꽃 털머위꽃 :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울릉도나 제주도 등 남쪽 바닷가에 서식한다. 키는 5cm~75cm정도이고 잎은 머위와 비슷하나 두껍고 윤기가 나며 뒷면에 잿빛으 띤 흰색 털이 난다. 꽃은 9월~10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말은 '다시 찾는 사랑'이다. ​ 털머위 꽃 거제도 바람의 언덕에서 바다를 향해 핀 노란 그리움을 본다 풀들도 지레 눕는 바람만이 주인인 그곳에서 꿋꿋하게 꽃대를 세운 털머위 꽃 바람을 등 지고 걸어온 길 되돌아 보면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내 안에 다시 피는 꽃 한 송이 노란 불을 켜고 있다 ​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