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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는_漢詩-334 ★大寒吟 - 邵雍

HIIO 2024. 1. 27. 09:50

송(宋)의 시인 소옹(邵雍)은 대한(大寒) 절기가 단순히 춥고 견디기 어려운 날이 아니고 나름의 정취를 가지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었다.

 

#읽어주는_漢詩-334

 

☆ 한시감상 ★大寒吟 - 邵雍

 

舊雪未及消 (구설미급소)
新雪又擁戶 (신설우옹호)
묵은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데
새로 온 눈이 다시 사립문을 막아버렸네.

 

階前凍銀床 (계전동은상)
檐頭氷鍾乳 (첨두빙종유)
섬돌 앞에는 얼어붙은 은빛 평상이 있고
처마 끝에는 얼음 종유석이 매달렸네.

 

淸日無光輝 (청일무광휘)
烈風正號怒 (열풍정호노)
맑은 해도 빛이 없고
매서운 바람이 마침 성난 듯 불고 있네.

 

人口各有舌 (인구각유설)
言語不能吐 (언어불능토)
사람 입마다 각각 혀가 있지만
말을 내뱉지 못하네.

 

 

旧雪--未及消.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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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雪--又拥户.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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阶前--冻银床.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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檐头--冰钟乳.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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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日--无光辉.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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烈风--正号怒.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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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口--各有舌.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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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语--不能吐.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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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1243 소옹-대한음-2.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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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1246 소옹-대한음-4.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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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마지막이 바로 대한(大寒)이다. 그다음 절기가 입춘(立春)인 것을 보면 대한이 겨울의 끝인 셈이다. 소한(小寒)의 얼음이 대한 때 녹는다는 말이 있듯이 절기로만 보면 추위가 가실 법도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큰 추위일 때도 있는 것이다.

시인이 맞은 대한도 명실상부한 대한이었던 듯하다. 절기 이름에 맞게 추위가 극에 달한 날의 정취가 구마다 잘 나타나 있다. 진작 내린 눈이 녹지도 않았는데 그 위로 눈이 또 내려 쌓인다. 그래서 사립문이 눈에 막혀 열리지가 않는다. 그만큼 춥다는 것이다.

섬돌 앞 평상도 꽁꽁 얼어서 은빛으로 된 것도, 처마 끝에 종유석 같은 고드름이 달린 것도 큰 추위가 만들어 낸 풍광이다. 맑은 날인데도 해가 그리 빛나 보이지 않는다거나 같은 바람인데도 성질 사납게 느껴지는 것도 다 추위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말을 해 놓고도 성에 안 찼던지 시인은 마지막으로 사람 입을 가지고 추위를 묘사한다. 사람 입마다 혀가 있게 마련인데, 그것마저 다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필설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추위임을 말하는 시인의 말솜씨가 참으로 절묘하다.

절기상으로는 분명히 겨울이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동장군이 절기를 봐서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얼만 안 있으면 사라질 추위인 만큼 그것이 연출해 내는 풍광에도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면 막바지 추위를 버티어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