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숲에서바람이 사정없이 지나갈 때여린 몸뚱이 끝없이 흔들리며서로가 부딪치며 흐느끼는 소리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일 뿐이네. 가을 햇살 아래서조차서글프게 퇴색하는 갈빛 서러움한 번 흔들릴 때마다 잃어가는 색감바람이 스쳐 간 자리에 남은 어두운 흔적들머무르지 않는 것들에 기대어자신만만하던 푸르름도 희미해져 가고연약한 뿌리에만 의존한 채삶이란 스러져가는 갈대의 운명이네.여름날 푸르고 빛나던 잎사귀들이시간의 장난에 부서져 흩어지고어떤 늙은이처럼 잃어가는 제 모습이슬픔이 아닌 듯 슬픔만 흐르네.다시 찾아올 기약도 없이갈대숲은 서글픔 속에 굳건히 서 있지만무수한 흔들림 속에 머잖아그마저도 사라지고 말 운명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