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피기까지 - 박인걸
깊은 어둠을 품은 가지 끝에서
기나긴 동절을 견뎌낸 한점 눈꽃이
아주 더딘 발걸음으로
봄을 향해 창문을 연다.
모두 바라보라.
인고 속에 태어나는 이 기적을
한랭이 할퀴고 간 상처에서
피어난 순백의 꽃송이와 향기를!
오랜 기다림은 눈물로 피어나고
간절한 꿈은 침묵 속에서 자란다.
시간의 모퉁이를 돌아올 때까지
아무 말없이 목련은 기다렸다.
그분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흰 꽃송이 피어오르고
어둔 세상 속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는 순결함으로 핀다.
사람도 마찬가지라.
고통의 어둔 겨울을 지나
믿음으로 맞이한 봄날에는
저 황홀한 목련꽃으로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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