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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 박인걸

HIIO 2025. 3. 31. 09:49

꽃샘추위 - 박인걸

봄이 달려오는 길목에
누구의 허락을 받고 꽃을 피우냐고
찬 바람이 매서운 손을 뻗는다.
버들강아지 연한 털을 쥐어 뽑고
산수유 고운 속살을 움켜쥐고
양지쪽 매화 향기를 헝클어트린다.
자신보다 더 고운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어
밤하늘 찬 기운을 긷고
아직 남은 잔설의 기운을 빌려
꽃잎마다 차가운 숨결로 훼방한다.
오던 봄이 깜짝 놀라 주춤하지만
어느새 땅밑에는 생명이 약동하고
어린 새싹들은 찬 서리 속에서도 잎을 틔웠다.
결국, 스러지는 것은 추위 발톱이고
꿋꿋한 것은 맺힌 꽃망울이다.
꽃샘추위여 사라지라.
피는 꽃을 시샘할수록 꽃들은 피어나고
봄은 더욱 찬란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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