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피는 마을
백승훈

하얀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 마을을 만나면
외딴 집 문간방이라도 빌려
하룻밤 묵어 가고 싶어진다
오래 걸어온 나그네의 발냄새처럼
징하게 풀어놓는 밤꽃향기에
밤새도록 실컷 취하고 싶다
보잘 것 없는 무지렁이 삶이라 해서
한 번 쯤은 밤꽃처럼
독한 향기 징하게 내지른 적
왜 아니 없었겠는가
흰 밤꽃이 달빛 받아
더욱 희어지는 밤이면
화려한 꽃만 찾아 헤매던 나를
잠시 내려놓고
밤꽃 향기보다 독한 삶의 냄새에
흥건히 취하고 싶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
* 밤나무 꽃 : 밤나무는 참나무 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키는 10~15M까지 자라고 6월에
흰색의 꽃이 핀다. 꽃은 암수 한그루로 수꽃은 고리 모양의 긴 꽃이삭에 달리고 암꽃은
그 밑에 2~3개 달려 피고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련이 피기까지 - 박인걸 (1) | 2025.04.01 |
---|---|
꽃샘추위 - 박인걸 (4) | 2025.03.31 |
회양목 - 박인걸 (0) | 2025.03.27 |
카멜리아 붉은 꽃 / 성백군 (6) | 2025.03.24 |
할미질빵 - 김승기 (0) | 2025.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