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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 꽃 피던 계절 - 信士 박인걸

HIIO 2026. 5. 29. 09:05

함박 꽃 피던 계절 - 信士 박인걸

내 어머니 얼굴 닮은
새하얀 함박 꽃 피던 산길
초여름 적막 속을 홀로 걸으면
한 잎 두 잎 꽃잎은 소리 없이 지고
멀리 산비둘기 울음만 구슬퍼
산바람도 길섶에 숨을 고른다.

춘궁기 모진 고개 주린 배 움켜쥐고
잡화 보따리 머리에 인 채
숨 가쁘게 넘나들던 우리 어머니
축 처진 어깨엔 삶의 시름이 얹히고
가여워 눈물 삼키던 어린 소년은
질멧재 가파른 굽이를 함께 밀어 올랐다.

꽃은 그렇게 수없이 피고 지고
그날의 소년도 이제는 늙어
머리엔 함박꽃 같은 흰 서리 내리고
흙 길에 구르는 꽃잎 하나 주워 들면
까마득한 세월 저편 어머니 숨결 어려 와
자취 없이 저무는 낙화가 서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