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달맞이 꽃 - 信士 박인걸 내 유년의 시간은 늘 낮게 고여 있었다. 축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밤이면 금빛 등불을 켜던 그 꽃 나는 오래도록 그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마을 빈터마다 번져가던 노란 꽃잎은 누군가 밤새 흘려놓은 눈물의 자국처럼 새벽마다 조용히 피어났다. 날이 새면 새들은 불길하게 울어댔고 반쪽을 잃은 달은 얼음덩이처럼 굳어갔다. 그 아래 달맞이꽃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기도가 아니라 곧 쏟아질 대낮의 폭염(暴炎) 앞에서 두려움에 엎드리는 항복이었다. 아주 가까이 다가서면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 깊이 은닉해 둔 투명한 이름 하나 꽃들은 그 이름을 삼킨 채 밤새 잎맥을 떨었고 새벽은 그 떨림을 끝내 알아듣지 못했다. 아침 햇살에 하나같이 총 맞은 듯 쓰러지고 어스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