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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잠자리- 박종영

HIIO 2020. 9. 24. 08:27

고추잠자리


붉은 꽃신 신고 날아와
섬돌 밑에 날게 접고 아른거린다

낮게 나면서
새색시 속치마 기웃거리는
저, 야릇한 웃음기 가을을 훔친다

메밀꽃이 지고
달빛 이슬에 박꽃이 서럽게 피어나고
이슬로 내리는 눈물이
슬픈 여인의 속살처럼 쓰적쓰적 흘러내리면

소슬한 바람 안고 청하는 잠이
곤고한 초가을 오후

꼭 이맘때 찾아오는 고추잠자리 한 무리
차르락 거리며
초록 단풍잎 물고 하늘을 나른다


-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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