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0 오슬로 국립 미술관의 설립 현판을 보며 박물관을 나선다. 이제 점심을 먹고 비겔란드 조각공원으로 갈 예정이다. 화려하게 장식한 오슬로 시티투어버스를 보면서 오슬로 법학대학 앞의 기념품 판매점 앞을 지나 다시 칼 요한스 거리로 나온다.
오슬로 중앙역과 왕궁의 중간쯤에 위치한 노르웨이 국회의사당 (Stortinget) 앞을 지나는데 스웨덴 건축가 Langlet가 설계하여 1866년에 완공했고 매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곳이다.
의사당 앞에 국왕 크리스티안 8세의 동상(The statue of King Christian Frederik)이 있는데 국왕 크리스티안 프레데리크는 덴마크의 국왕이자 노르웨이 국왕이었다. 그 좌측으로 노르웨이 의회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노르웨이 초대 총리인 요한 스베르드룹(Johan Sverdrup, 1816년 ~ 1892년)의 동상이 있다. 옆으로 칼 요한스거리의 랜드마크인 그랜드호텔이 보인다.
11:57 점심식사하러 식당에 도착하는데 사천식 중식 요리를 하는 혼산(Hon San) 레스토랑이다. 중국스러운
장식품들이 홀을 채우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 앞을 가로막는 전차와 실랑이하며 비겔란드 조각공원으로 이동한다.
12:42 조각공원에 도착하니 대장장이 알프레드 미켈슨(Alfred Mikkelsen)이 화강암과 연철로 설계한 문이 우리를 맞이한다.
공원 정문 바로 안쪽에 비겔란드 동상이 서있는데 1993년에 세워진 자화상(Selvportrett)이라는 작품이다.
입구에서 조각공원 모습을 한번 훑어보고 호수 위에 놓인 다리 입구부터 본격적인 조각품 감상이 시작되는데 조각 작품에는 제목을 달지 않아서 보는 대로 느끼라는 설명이다. 이무기 같은 짐승이 여자를 잡고 있는 모습은 유혹과 파탄을 생각나게 한다.
조각품들의 전체적인 주제는 인생으로 남과 여의 만남, 사랑, 출산, 양육으로 이어지는 생로병사의 삶의 순환 고리가 주제이다. 이 공원은 1920-1943에 조성되었고 연간 백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총 214개의 조각품, 2개의 청동문 그리고 13개의 연철문이 있다. 원래 프로그네르 공원(Frognerparken)이었는데 조각 작품 전시 후 비겔란드 조각공원으로 불린다. 두 아이를 양옆구리에 끼거나 목마를 태운 양육의 광경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아이를 그네 태우기 놀이를 하며 노는 아빠의 모습도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다. 뒤쪽으로 가면 늙어서 노인이 되는 모습까지의 인생을 묘사했다.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사랑을 표현하는 여자 조각상이 보이는데 이 부분은 사랑과 애환의 모습을 묘사한 곳이다. 그 옆에 뭔가를 갈구하는 모습으로 머리를 감싼 여자의 조각이 서있다. 사랑의 과정이 항상 순조로운 것은 아니니까~~~
반대편 다리 초입에 앞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보듯 하늘을 응시하는 두 소년이 있고 그 뒤에 아기를 높이 들고 행복해하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조각상은 전형적인 초보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가 아픈지 아이를 안고 뛰는 엄마의 모습 같은 조각상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 준다. 그 옆에 그 장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모자상 조각과 혼자 있는 여자의 조각이 있다. 그 옆에 즐겁게 노는 아이들 모습의 조각상이 보이는데 아이들이 벌써 많이 컸다.ㅋㅋ
이제 중장년의 남자 조각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반대쪽으로 한 손으로 딸을 들고 노는 아버지의 조각상이 있었다. 젊은 아들과 나이 먹은 아버지의 조각이 나란히 서있고 건너편에도 비슷한 조각상이 보인다. 자식을 혼내주는 모습을 그린 조각상이 있고 사이좋게 대화하는 부자간의 모습을 묘사한 조각상도 보인다. 남녀 간의 사랑을 묘사한 작품도 많이 있는데 조각상의 내용들이 왠지 산만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기야 인생이 그렇게 일목요연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 잡아봐라를 하며 놀고 있는 젊은 남녀의 조각상은 잠깐 웃음을 짓게 만들고 여자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있고 남녀가 사랑하고 싸우는 작품의 이름은 머리 위로 여자를 내던지는 남자(Man throwing woman
over his head, 1930)로 전시 후에 평론가들이 붙여준 이름인 듯하다.
사람의 일생에서 사랑의 시절을 묘사한 부분에는 남자가 여자를 뒤로 보호하는 모습은 가족의 구성과 성립을 의미하는 조각상이 있다. 그 뒤로 바로 아이의 조각이 등장하고 맞은편에 있는 화난 꼬마의 조각은 사람들이 아이 손을 만져서 반들반들해졌는데 비겔란드 조각공원에서 꽤 유명한 작품이다. 여자아이 조각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지 성별이 잘 구별되지는 않는다. 왜 이리 잔뜩 화가 났을까?? 화난 모습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굴레를 짊어진 남자의 모습을 그린 유명한 작품이 있는데 옛날에도 남자들이 힘들었나 보다. 반대편에는 남녀가 같이 삶의 굴레에 갇혀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 있는데 그 안에서도 서로 의지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까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아이와 달리 무표정으로 뭔가를 응시하는 꼬마 조각상이 하나 보이는데 뭔가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 옆에 격렬하게 부부싸움 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 있다. 부부싸움 뒤에 소원해진 모습을 묘사한 작품들이 보이고 이제 해결됐는지 남자가 환호하는 모습이 있다.
춤추는 젊은 여인(The Dancing Woman)을 묘사한 작품이 보이고 그리고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린 작품들이 모여있다.
다리 뒤쪽에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자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 아이들이 아빠를 못살게 구는 모습이다.
다리의 끝쯤에서 할아버지와 아이를 묘사한 작품을 보고 다리를 벗어날 즈음에서 공원 안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안쪽으로 커다란 분수대와 거대한 인간탑인 모노리트(Monolith)가 보이는데 분수대는 6명의 남자가 인생의 무게처럼 분수대 수반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분수대 울타리의 모서리마다 5개의 생명의 나무와 같이 있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조각이 있고 청동으로 만들어진 울타리에는 인생을 묘사하는 사람들의 형상이 부조되어 있다.
분수대 뒤로 보이는 모노리트는 비겔란드 사후에 제자들이 14년에 걸쳐 만들었는데 모노리트는 통돌기둥이란 뜻으로 실제 17.3미터 높이 230톤의 돌 하나로 만들었다. 탑 부분은 14.1미터로 121명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엉켜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묘사했다.
마침 조각공원에서는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분수대 전체의 작품명이 분수(Foutain)로 1924년 공모 당선작으로 만들어졌는데 분수대와 분수대 주변을 사각으로 둘러싸고 있는 돌로 만들어진 낮은 울타리로 이루어져 있다. 울타리는 부조로 장식되어 있는데 울타리의 우측 아래 모서리의 어린 시절의 묘사부터 시작하여 빙둘러서 우측 위의 노인들의 모습과 죽음으로 이어져 끝난다. 돌담 위에 역시 같은 주제로 만들어진 생명의 나무와 사람들의 조각이 있다.
돌로 된 담에 청동의 부조를 박아 넣은 형태인데 귀엽게 묘사한 어린이들 부조가 눈길을 끈다. 이어서 동물과 아이들을 묘사한 부조도 있고 남자와 여자 아이들을 따로따로 만든 청동 조각과 부조가 보이는데 위의 조각과 아래의 부조를 한 세트로 보면 될 것 같다.
아이들이 강아지들과 노는 장면, 동생을 돌보는 아이, 동생 편을 들어주는 언니 오빠의 모습, 뒹굴며 노는 아이들 등 우측 아래는 어린 시절을 묘사한 부분이다.
좀 더 가면 이제 성장한 청소년기의 모습이 보이고 사각 울타리의 좌측 아래는 성인이 된 모습들을 묘사한다.
위의 조각이 이성을 만나고 갈등을 겪는 모습 등이 묘사되어 있고 아래 부조도 이성과의 관계를 묘사한다.
남녀가 만나는 모습과 혼자 고민하며 누워있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는 곳을 지나면 이제 애들도 생기고 결혼생활의 모습으로 발전한 부조들이 나온다. 결혼 생활의 행복과 갈등이 묘사된다.
사각 울타리의 좌측 위 부분은 중년의 결혼 생활 부분인데 마침 보수 공사 중이라 가려져있다.
보수공사 지역을 벗어나 울타리의 윗부분에는 아이와 부부생활의 모습들이 있다. 남편과 아이 사이의 여자와 부부의 모습을 묘사한 부조들이 나오고 동물(개)을 걷어 차는 모습은 가족을 보호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어서 자식과 부모의 갈등을 묘사한 부조를 지나면 이제 울타리의 우측 상단은 노년생활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손자들과 어울리는 모습과 기력이 없어 나무에 기대어 의지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나무를 붙잡고 주저앉은 모습이 적나라하게 실감이 난다. 역시 하단의 부조에도 같은 모습들이 새겨져 있는데 손자를 귀여워하는 부조 옆에는 기력 없이 누워있는 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묘사한 부분이 나오는데 해골로 변해가는 모습들이 묘사된다. 해골과 뼈로 변해가는 모습이 나오고 뼈를 밟고 아이가 올라서는 모습은 동양의 윤회 사상을 생각나게 한다. 비겔란드도 윤회설을 알았을까~~ 상단의 마지막 나무는 해골과 뼈대만 남은 앙상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다시 아기들의 모습이 부조로 묘사되며 삶의 고리가 완성된다.
물을 뿜어내고 있는 작은 분수대를 지나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모노리트(Monolith)로 이동한다.
모노리텐(Monolittan)이라고도 하는데 Mono는 하나, littan은 돌이라는 뜻으로 하나의 돌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뜻이다. 17미터, 230톤의 화강암에다 121명의 엉켜있는 사람을 등신상으로 조각했다. 1927년에 오슬로에서 150Km 떨어진 채석장에서 6년에 걸쳐 400톤의 원석을 옮겼다. 3명의 조각가가 14년에 걸쳐 121명의 등신상이 있는 모노리트와 모노리트를 둘러싼 36개의 인간 군상을 조각했다. 결국 모노리트와 인간 군상은 비겔란드 사후인 1944년에 완성되었다. 이곳의 작품들도 제목이 없어서 보이는 느낌대로 그냥 감상하여야 한다.
모노리트는 사람들이 서로 딛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모습인데 다만 모노리트의 아래쪽은 과거, 가운데는 현재, 그리고 위쪽 부분은 미래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위쪽에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모노리트 주변의 인간 군상 조각은 입구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생의 흐름을 묘사하고 있다. 엄마가 애기들을 품고 있는 모습, 아이를 업고 있는 엄마, 손주를 돌보는 할아버지 그리고 노는 아이들 모습이 차례로 있다.
입구의 오른쪽 끝나는 부분은 노인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힘없고 외로운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가족의 형성 모습,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과 미래를 기대하며 하늘은 쳐다보는 모습의 조각들이 차례대로 나온다. 군상 조각들은 빙 돌아가며 3열로 배치되어 있는데 부부의 모습, 부모와 자녀, 가족의 모습들이 각 열에 비슷하게 배치되어 있다.
세월이 지난 듯 가족의 갈등 모습, 노년의 부부 모습, 노후와 죽음 등을 나타나는 조각상들이 관광객의 기를 죽인다.
모노리트를 보고 돌아 나오다가 해시계(The Sundial)를 만나는데 기단에는 동물과 사람의 부조가 있다.
해시계를 지나면 사람을 링 형태로 만들어 놓은 인생의 굴레라는 작품이 있다. 4명의 어른과 2명의 아이가 서로 둥글게 껴안은 모습인데 모노리스와 마주 보는 언덕에 있는 원형 작품은 영원한 순환과 공존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모노리트 언덕이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에 오니 아까 봤던 마라톤 선수들이 이제는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공원 안쪽으로 스타트 라인과 대회본부가 보이는데 출발점과 결승점이 모두 공원 안에 있다. 좋은 곳에서 마라톤대회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13:30 공원을 떠나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비겔란드 조각공원 동영상으로 보기 클릭 https://youtu.be/oIaFdg1xpeo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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