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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 김승기

HIIO 2024. 1. 26. 09:51

복수초 

                           김승기

겨울을 지내는 동안
가슴 속에 지긋이 눌러 품고 있던
지구의 불덩이
그 솟구치는 힘을
천천히 얼음 녹이며
노랗게 꽃으로 피웠구나

봄을 제일 먼저 가져다주는
너는
해맑은 눈동자를 지닌
아가의 얼굴처럼
방긋 웃고 있구나

毒을 가슴에 끌어안아
약으로 발효시킬 줄 아는
사랑 또한 가지고 있구나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고달픈 내 영혼이 벌떡 일어나
두 팔 벌려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불춤을 추게 하는구나

그래, 그렇지
우리 모두 누구든지
어깨를 함께하여
우주를 한 아름 끌어안고
이 땅의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福춤을 추자꾸나

너와 나
메마른 가슴밭을 파랗게 적시는
사랑춤을 추자꾸나

봄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인내를 깨물어 온
고독한 복수초를 위하여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속에서도 꽃은 핀다]

 

※ 복수초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숲 속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비대하고 많은 수염뿌리가 난다. 잎은 어긋나는데 3~4회 깃 모양으로 갈라지고, 밑 부분의 잎은 얇은 막질로 원줄기를 둘러싸며, 긴 잎자루 밑에 잘게 갈라진 턱잎이 있다. 3~5월에 줄기 또는 가지 끝에 노란색의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한낮에만 꽃이 벌어지고 추운 밤에는 꽃잎이 오므라든다. 6~7월에 짧은 털이 달린 열매가 별 사탕 모양으로 익는다. 한방에서 지상부(地上部)의 전초(全草)를「복수초(福壽草)」라 하고 뿌리를「복수초근(福壽草根)」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이른 봄 쌓여 있는 눈을 뚫고 나와서 꽃이 피는데, 그 뚫고 나온 부근은 눈과 얼음이 녹아서 동그란 구멍이 생기므로「얼음꽃 ․ 얼음새꽃 ․ 눈색이꽃」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른 봄 산에서 맨 먼저 핀다 하여「원일초(元日草)」라고 부르기도 하며, 생명력이 강하다 하여「복수초(福壽草)」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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