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 강아지 - 박인걸
눈 덮인 들판 얼어붙은 강물 위로
차가운 겨울이 숨을 죽이며 흐른다.
낮은 바람결에도 땅속까지 얼어붙어
버들강아지는 그 속에 몸을 웅크린다.
그러나 얼음장에 귀를 대면
봄의 속삭임이 물결처럼 퍼지고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전해오는 기운에
버들강아지는 서서히 일어선다.
겨울 햇살이 가지 끝에 닿을 때
솜털 같은 생명은 살며시 눈을 뜨고
은빛 가루처럼 빛나는 작음 몸짓에
한겨울 추위마져 희미해져간다.
가녀린 가지끝 강아지털 같은 희망
그 안에 담긴 꿈은 하늘보다 높다.
혹독한 겨울에 살아 돌아온 용기가
새로운 계절의 노래를 부른다.
겨울은 물러가고 세상은 다시 빛나며
봄은 언제나 어둠을 넘어 온다.
버들강아지 한 아름씩 가슴에 안고
강 기슭과 드넓은 벌판으로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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