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시아 꽃에 대한 소고 - 信士 박인걸
대형 트럭 질주하는 도시 고속도로 변에
뽀얀 먼지 뒤집어쓴 아카시아가 피어 있다.
굉음(轟音)과 함께 일으킨 공해 섞인 차 바람에
하얀 비명이 길바닥에 흩어진다.
내 오래전 기억이라는 폐차(廢車)는
아직도 인적없는 길가에 처박혀 있고
여월동 일기예보 전광판 자막 위로
느닷없이 너의 웃음이 번개처럼 지나간다.
삶이란 언제나 그 모양이다.
사랑니 앓듯 스며들어
결국 이름도 없는 만성 질환이 되고
그해 오월의 햇살은 어디에 파묻혀 울고 있는지
관상대 예보관은 자료를 잃어버렸다.
오늘도 시간은 지나가라고 등을 떠밀지만
나는 백미러를 들여다보며 후진기어를 넣는다.
서로 부딪치며 깨져가는 과거의 모서리들
작별 인사도 건네지 않고 떠나버린 너
그리고 무참히 흩어지는 꽃잎들
새삼 조화(弔花) 같은 꽃잎에 무슨 죄를 묻겠는가.
초라하게 나뒹구는 아스팔트 위에
빈 깡통과 함께 버려진 네 숨결의 잔해를 밟으며
나는 내 기억에서 잊히는 법을 간신히
독학으로 이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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