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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김승기

할미꽃/ 김승기이름부터 바꿀까정결한 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부드러운 살결 붉은 입술아름다운 몸짓으로예쁘게 예쁘게 꽃 피우면서구충제까지 대신한 세월을 밀쳐 두고할미꽃이어야 하는가털어야지딸네집 찾아가다 눈 속에서 얼어 죽은할머니의 전설은하늘에 넋이 오른 지 오랜지난 일이야새롭게 살아야지슬픈 역사는 바람에 날려 보내고새 바람 부는 새로운 날젊게 꽃을 피워야지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1집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2012 ※ 할미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 자생하는데 특히 무덤가에 많이 자란다. 잎은 뿌리에서부터 모여 나오는데 잎자루가 길고, 5장의 작은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며, 작은잎은 깊게 갈라진다. 4~5월에 기다란 꽃줄기 끝..

좋은 글 2025.05.09

봄까치 꽃 - 이해인

봄까치 꽃 - 이해인 까치가 놀러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좋은 글 2025.05.08

이팝나무 아래서 - 신사/박인걸

이팝나무 아래서 - 신사/박인걸 쌀밥이 복스럽게 쌓인 듯 가로수마다 눈처럼 핀 새하얀 숨결 거룩한 속삭임이 가지마다 매달려 바람조차 조심스레 지나간다. 저토록 곱게 핀 것은 꽃이 아닌 잊힌 기도요 이름 모를 눈물이다. 햇살이 그 위에 하얗게 앉아 영혼 하나를 씻기듯 빛을 붓는다. 저토록 흰빛은 삶을 견뎌낸 표식이며 슬픔조차 경건하게 하는 침묵이다. 누군가의 임종의 말처럼 맑아 세상이 들으려 하지 않는 진실같다. 이팝나무꽃은 계절의 장례식이며 동시에 새 생명의 축복이다. 피었다는 사라지는 그 찰나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람이 된다.

좋은 글 2025.05.06

입하 - 靑山 손병흥

입하 - 靑山 손병흥 신록이 우거져 나뭇잎 녹음이루고 봄빛이 물러난 채 여름 들어설 무렵 점차 농사일이 바빠지는 농번기인 개구리 지렁이 더욱 활동하는 시기 태양의 황경이 45도가 되는 날로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들어있는 절기 보리가 익어가는 무렵이라는 맥추 새 과일과 채소들로 보신하는 시절 우전차 마셔 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농작물 자라나고 잡초도 무성한 즈음

좋은 글 2025.05.05

먼 나무 - 신사 박인걸

먼 나무 - 신사 박인걸 서귀포 바닷바람 맞으며 먼 나무 먼 하늘 바라보며 서 있다. 붉디붉은 열매 별처럼 가지마다 깃들고 바다 향기 품은 초록 숨결 사이로 기도처럼 햇살이 내려앉는다. 아주 먼 데서 온 사연이 하도 많아 이리도 붉게 맺혔는가. 낯선 발길도 고운 손길로 먼 나무는 하나같이 품어 안는다. 늦가을 등에 업고 천천히 흔들리며 지난여름의 노래를 기억하고 먼 추억도 가까운 꿈도 붉게 물든 가지에서 잠들었다. 아득한 길 끝에 닿은 먼 나무 아래 누구나 마음 한 조각 내려놓고 머나먼 길 떠났던 마음들도 살포시 돌아와 쉬어간다.

좋은 글 2025.05.02

25년 5월 달력 스마트폰 배경화면 <변산바람꽃>

1년 중에 행사가 가장 많은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었습니다.5월에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달력이 있는 꽃 그림을 드립니다.​5월에 사용한 꽃은 변산바람꽃입니다.바람꽃은 20종이나 있습니다.그 중에서 변산바람꽃은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하여학명도 "변산"과 교수의 이름이 그대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학명 : Eranthis byunsanensis B.Y.Sun그러나 꽃은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에서도 자생하고비록 그 개체수는 적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합니다.꽃이 예뻐서 남획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야생화 시인인 김승기 작가가 쓴 시가 있어서 붙여드립니다.----------------------------변산바람꽃​김승기무엇을구름이라바람이라 했는가​높은 ..

좋은 글 2025.05.01

5월 / 조병화

5월 /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 온몸에 풍기며 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 나무 가지 가지에 피어난다. 흰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 숫푸른 향기를 타고 가도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 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 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 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뭣도 모르고 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 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 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 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 오, 오월이여

좋은 글 202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