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945

먼 나무 - 신사 박인걸

먼 나무 - 신사 박인걸 서귀포 바닷바람 맞으며 먼 나무 먼 하늘 바라보며 서 있다. 붉디붉은 열매 별처럼 가지마다 깃들고 바다 향기 품은 초록 숨결 사이로 기도처럼 햇살이 내려앉는다. 아주 먼 데서 온 사연이 하도 많아 이리도 붉게 맺혔는가. 낯선 발길도 고운 손길로 먼 나무는 하나같이 품어 안는다. 늦가을 등에 업고 천천히 흔들리며 지난여름의 노래를 기억하고 먼 추억도 가까운 꿈도 붉게 물든 가지에서 잠들었다. 아득한 길 끝에 닿은 먼 나무 아래 누구나 마음 한 조각 내려놓고 머나먼 길 떠났던 마음들도 살포시 돌아와 쉬어간다.

좋은 글 2025.05.02

25년 5월 달력 스마트폰 배경화면 <변산바람꽃>

1년 중에 행사가 가장 많은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되었습니다.5월에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할 수 있는달력이 있는 꽃 그림을 드립니다.​5월에 사용한 꽃은 변산바람꽃입니다.바람꽃은 20종이나 있습니다.그 중에서 변산바람꽃은전북대학교 선병윤 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하여학명도 "변산"과 교수의 이름이 그대로 채택되었다고 합니다.학명 : Eranthis byunsanensis B.Y.Sun그러나 꽃은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에서도 자생하고비록 그 개체수는 적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합니다.꽃이 예뻐서 남획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야생화 시인인 김승기 작가가 쓴 시가 있어서 붙여드립니다.----------------------------변산바람꽃​김승기무엇을구름이라바람이라 했는가​높은 ..

좋은 글 2025.05.01

5월 / 조병화

5월 /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 온몸에 풍기며 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 나무 가지 가지에 피어난다. 흰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 숫푸른 향기를 타고 가도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 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 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 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뭣도 모르고 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 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 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 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 오, 오월이여

좋은 글 2025.05.01

박태기나무 꽃 - 박인걸

박태기나무 꽃 - 박인걸 봄바람이 아직 차갑게 흐를 때 핏방울처럼 엉겨붙어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등 뒤에서 크게 소리 지른다. 한겨울을 꿰뚫은 긴 기다림 부서진 뿌리 밑, 서럽게 모은 약속 꺼지지 않는 불길처럼 지독히 아름답게 타오른다. 낯설고 촌스런 이름이지만 제 속살을 찢으며 피워올린 고백이 흩어져도 지지 않는 향기를 당신을 향해 쏟아붓고 있다. 사랑은 이토록 눈물겹게 저 마다의 가슴에 숨겨 놓은 첫 사랑, 첫 눈물, 첫 서약이 꽃잎마다 되살아나는 것이다.

좋은 글 2025.04.29

라일락 꽃 - 신사/박인걸

라일락 꽃 - 신사/박인걸 저녁 빛이 숨을 고르는 사이 보랏빛 라일락이 꿈을 피워 올린다. 짙은 향기 허공을 떠돌며 시계바늘을 잠시 멈추게 한다. 내 기억의 끝자락에서 당신웃음은 다시 피어나고 그것은 꽃보다 먼저 핀 마음의 빛으로 내 맘을 열게했던 당신의 주문이었다. 라일락 꽃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속에 수천마디 언어가 숨어있고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아직 기다린다라고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린다. 이 계절이 가면 다시 잊힐 것 알지만 나는 또 라일락 아래 서 있다. 잊지 못할 이름을 조용히 부르면서 한 송이 꽃처럼 당신을 기다린다.

좋은 글 2025.04.28

억새꽃 - 백승훈

억새꽃 :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전국의 산과 들판의 양지에서 자란다.키는 1~2m까지 자라고, 잎은 길이 약 1m, 폭 1~2cm로 표면은 녹색이며 끝에는잔톱니가 있고 딱딱하다. 꽃은 회갈색이며 길이는 20~30cm로 이삭처럼 달린다. 억새꽃 온 산에 붉게 타던 단풍도 다 져버린만추의 산을 오를 때면억새꽃은하얀 손 흔들며말없이 나를 반겨주었다 꽃들이 모두 사라진저문 들판을 걸어갈 때면억새꽃은흰 머리 흩날리며변함 없이 나를 반겨주었다 세상이저무는 순간까지 오롯이 내 편이셨던 어머니석양 속에억새꽃으로 피어 하얗게 웃고 있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5.04.25

철쭉꽃 피는 아침 - 신사 박인걸

철쭉꽃 피는 아침 - 신사 박인걸 4월 아침 햇살에 철쭉이 먼저 깨어나 심장 빛보다 더 뜨겁고 숨 막히도록 붉게 피었다. 그 색깔은 말이 없지만 한 사람의 마음처럼 그 안에서 오래된 침묵이 가장자리까지 붉은 숨결로 튄다. 성근 돌담에 뿌리박고 늘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세상의 빛이 되기를 택한 숨결은 죄가 되지 않는 현혹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잠시 삶을 바라보게 한다면 그렇게 피는 것도 하나의 기도일지 모른다. 자신을 산불처럼 태워 누군가의 눈을 열어주는 열정 나는 철쭉꽃 피는 아침 그 붉음 앞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좋은 글 2025.04.21

변산바람꽃 - 김승기

변산바람꽃김승기무엇을구름이라바람이라 했는가높은 산눈 비 맞으며홀로 선구름, 바람인 것을늘 함께하고자 손짓하였거늘저만치 비껴서서 고개 돌리며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너는자꾸만 무럿이 되라 하느뇨구름이 되고바람 되어도꽃 피울 수 있음을 아직 모르는 너는얼어붙은 지구를 녹일 수 있는심장 가지지 못하고다만 그 정이 어디에 있더냐의심만 하느뇨아, 구름이고 바람이면 그뿐,향기를 터뜨리는내 죄가 더 무거웁구나 *한국의 야생화 시집 제1집 [옹이 박힌 얼굴 위에서도 꽃은 핀다] ** 변산바람꽃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독성 식물이다 2~4월에 흰색꽃이 핀다

좋은 글 2025.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