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913

봄 눈 - 박동수

봄 눈                              글 : 박동수떠나기 싫어 싸늘한 시샘으로오는 봄 옷 자락 붙들고시린 바람으로 불더니기어코 이 3월의 밤꽃 바람을 앞질러하얀 눈으로 내리는구나봄 싹이 겨우내 너의 발 앞에엎디어 굴욕을 견디다겨울 가지에서기지개를 펴는 즈음 무슨 심술일까가지마다 아침이면 쓸어질눈 꽃을 만들어 아직도 네 위세를떨치고 싶은 욕망을거두지 못하는 것은스스로 이별의 아픔을 감추려는잔인한 몸부림인가세월은 그렇게욕망으로 붙들어 질나약한 수레바퀴 같지 않으리아서라 네 추함을 거두고이침의 햇살을 고이 담아봄 아씨께 건내고 아픈 이별일지라도아지랑이 앞서 가는 것이어떠하리.

좋은 글 2025.03.04

25년 3월 달력 스마트폰 배경화면 <만주바람꽃>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는 바람꽃 자생종의 종류는 총 19종이고미등록되어 있는 태백바람꽃까지 합쳐서  총 20종이다.만주바람꽃 은 이름 그대로 만주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만주 등지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처음에 꽃이 필 때는 연한 노란색을 띠다가 점점 흰색으로 변해간다.

좋은 글 2025.03.01

만주바람꽃 - 김승기

만주바람꽃                                                      김승기만주에서 불어오는 바람한겨울 얼마나 뼈저리게 아팠으면봄은 저만치 있는데어찌 이리도 일찍 꽃 피웠으랴옅은 노란빛을 띠는 너의 환한 얼굴 웃음이온몸을 따듯하게 데운다신경세포마다 비틀리고 쪼그라드는 겨울 한파찡그림 없이 견디어냈는데도왈칵 눈물 쏟아진다늙어갈수록 팍팍한 세상살이한겨울에도 꼭꼭 입 앙다물며 보낸 사람아꽃샘추위 기승을 부리는 어느 날느닷없이 눈물 난다면저기 저 산에 올라만주바람꽃에게 말 한마디 건네 보라깊은 잠 이루지 못하며 이리 뒤척 저리 뒤척겨울의 절망을 맛본 이는 알리라채 녹지 못하는 눈얼음 틈새에서 빠꼼히 고개 내밀며 피우는저 조그만 꽃 하나가얼마큼 편안한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지를..

좋은 글 2025.02.28

겨울나무 - 이남일

겨울나무 - 이남일 겨울나무는 그늘이 없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가닥 담지 못한다. 힘을 잃은 것은 어디 나무뿐이겠는가. 계절을 잃어버린 생명들 죄다 앙상한 손마디를 꺾고 숨죽이는 겨울 겨울이 없다면 어찌 알겠는가. 기다림은 살아 있는 자의 꿈이라는 것을 겨울은 죽은 것이 아니다. 봄바람 스치면 툭 터뜨릴 동화 같은 이야기 햇살 가득 담아낼 푸른 잎을 위해 나무는 묵상 중인 것이다.

좋은 글 2025.02.27

기다리는 봄엔 - 박동수

기다리는 봄엔 - 박동수 살가운 바람에 얼었던 긴 겨울묶였던 신들메를느슨히 풀고 포근한 봄 길을여유롭게 걸어보자매서운 혼돈의 겨울 길에서잃어버린 정의와 평화(平和)를혼돈의 길에서 찾아보자아!거기 거기엔눈물겨운 님의 웃음이멈추고 있을까기다리는 봄은 오는데아!거기 거기엔약속했던 님의 미소가피어나고 있을까기다리던 봄은 오는데 -

좋은 글 2025.02.24

으름덩굴 꽃 - 백승훈

으름덩굴 꽃꽃몸살 앓던산벚꽃이제 풀에 몸을 허물고 나면떡갈나무 숲에선한나절 뻐꾸기 울고꽃 진 자리초록그늘 드리운 덩굴 속에선암꽃 수꽃 숨어 핀수줍음 많은 으름꽃들이사랑을 속삭였다 몰래 하는 사랑이더 뜨겁다는 걸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으름덩굴 꽃 : 으름덩굴과에 속하는 잎이 지는 덩굴식물로 꽃은 암수한그루로서 4∼5월에자줏빛을 띤 갈색으로 피며, 꽃잎은 없고 3개의 꽃받침조각이 꽃잎처럼 보인다.수꽃은 작고 6개의 수술과 암꽃의 흔적이 있다. 가을에 익는 과육은 먹을 수 있다.

좋은 글 2025.02.21

돌배나무 - 박인걸

돌배나무 - 박인걸 내 소년 시절 안뜰에 늙은 돌배나무 한 그루 사계절이 나뭇가지에 달라붙어 붉은 진액을 빨아먹었다. 봄이면 흰 나비 떼 같은 꽃잎이 여름이면 수만 개 푸른 잎들이 가을이면 고드랫돌 같은 돌배가 나무 속살까지 갉아 먹고 겨울이면 돌배나무는 알몸이 된다. 비바람 휘몰아치던 밤에도 한겨울 흰 눈이 쌓이던 밤에도 그저 묵묵히 서 있을 뿐 늠름한 자세로 햇살에 빛났다.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바람에 난타당한 가지는 주저앉고 추위에 찔린 가지는 말라가며 벌레에 갉힌 밑동은 패이고 계절을 잃어버린 나무는 스러졌다. 그토록 강인하던 의지도 서서히 시간에 깎여만 갔다. 내어 주기만 하고 채우지 못한 나무는 내 아버지처럼 그렇게 무너졌다. 그리고 봄이 와도 다시 피지 않았다.

좋은 글 2025.02.20

우수(雨水) / 박종영

우수(雨水) / 박종영 잿빛 구름이 눈물의 배를 띄운다.  호젓한 산비탈 아득한 고향 하늘, 그토록 융숭한 말씀 들고 오리나무 숲으로 찾아간 촉촉한 바람이 들썩거리는 새움을 간질인다  사랑의 신호인가? 긴 겨울을 이기고 돌아와 빛바랜 풍경을 주어 모으며 눅눅한 마음자리 씻기는 빗소리  푸석한 마음에 한줄기 강물로 기지개 켜는 오늘은 맑디맑은 우수(雨水)절기, 그대의 우수(憂愁)가 사라지는 날로 기쁨이네.

좋은 글 2025.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