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무 - 신사 박인걸 서귀포 바닷바람 맞으며 먼 나무 먼 하늘 바라보며 서 있다. 붉디붉은 열매 별처럼 가지마다 깃들고 바다 향기 품은 초록 숨결 사이로 기도처럼 햇살이 내려앉는다. 아주 먼 데서 온 사연이 하도 많아 이리도 붉게 맺혔는가. 낯선 발길도 고운 손길로 먼 나무는 하나같이 품어 안는다. 늦가을 등에 업고 천천히 흔들리며 지난여름의 노래를 기억하고 먼 추억도 가까운 꿈도 붉게 물든 가지에서 잠들었다. 아득한 길 끝에 닿은 먼 나무 아래 누구나 마음 한 조각 내려놓고 머나먼 길 떠났던 마음들도 살포시 돌아와 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