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847

억새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

억새꽃 앞에서 / 정심 김덕성긴긴 여름을마치 불사조인양 이겨내고하얀 속살을 내 보이며하늘을 우러르며 사심 없이 드리는간절한 너의 기도이제야 가을이 오는 소리 듣는다끈질긴 생명의 탄생인가나약해 보이면서도 극성스레 이겨낸굳은 의지와 곧은 자태는감이 어디에 비교할고바람에 사각사각 부대끼는 소리정감이 절로 나며 감미롭다일렁이는 은빛 파도에넋마저 놓고 말았던 감동의 물결이제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황혼에 물 드린 은빛 날리며인생길에 서서살포시 나풀대는 억새꽃사이에내 얼굴을 들이밀어나도

좋은 글 2024.10.03

버즘나무 - 박인걸

버즘나무버즘처럼 얼룩진 껍질 아래숱한 이야기들이 깊이 숨어있어이국의 바람을 타고 건너온시간의 상처들이 가엽다.우리는 그늘서 쉬지만버즘나무는 서서히 무너지고푸르름이 더는 젊음이 아니고그리움만 끌어안은 늙은 나무다.가을바람에 떨어지는 것은낙엽뿐일까, 아니면 기억일까.나무는 묻는다.이 땅이 낯설기만 한 건너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우람하게 뻗은 나뭇가지 끝에닿지 못한 낮달이 떠 있고머잖아 사라질 푸르름도지금은 모든 것을 덮고 있다.일렬로 서 있는 나무 아래서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알 수 없는 채로한참을 서성이고 있다.

좋은 글 2024.09.30

수수꽃다리 / 김승기詩人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수수꽃다리                           김승기 북한산 깊은 골짜기꼭꼭 숨은 정향나무누가 너의 씨를 훔쳐갔느냐벌 나비 부르려고 터뜨린그놈의 향기 때문에어느새 도둑맞았구나도둑맞은 씨앗라일락으로 튀기 되어 돌아와미군부대 기지촌 방석술집의 마담 언니처럼요염한 자태로 진하게 화장하고흐드러진 웃음 헤프게 팔고 있구나잃어버린 게 어디 너의 씨뿐이랴패랭이꽃이 카네이션 되었고닭의장풀은 양달개비 되었으며,참다래도 키위 되어 되돌아오고제비꽃은 팬지로 돌아왔으니,도둑맞은 게 한둘이어야지사람들아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을 않으니언제 또 무엇을 잃을지마음 놓지 못하겠구나이젠 버젓이 주인 행세까지 하며무소불위로 온 누리를 활갯짓치는 라일락그 위세 ..

좋은 글 2024.09.27

꽃무릇 - 김완수

꽃무릇 - 김완수 다음 생엔 꽃무릇으로 태어나리라외딴 산기슭도 좋으니무릎 높이로 자라당신의 걸음걸음 잡아채리라나를 보지 않는 당신눈 돌리면우르르 지천으로 피어나고눈 감으면시뻘건 목소리로 부르리라가을밤 달빛도 없어그냥 지나칠 땐축축하게 말해 보리라바람처럼 꽃대만 건드려도나는 발 아래까지 달아오르리내 푸른 잎 같은 당신내가 하늘 향해 누운 것은당신이 하늘이기 때문당신을 보지 못한다 해도다다음 생엔 또 꽃무릇으로 피어나리라

좋은 글 2024.09.26

돌단풍 - 희망을 노래하다 백승훈

돌단풍 : 계곡 바위틈에 자라는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며,이파리가 단풍나무잎을 닮았다. 늦은 봄, 꽃줄기에 연한 붉은 색을 띤 흰색의 작은 꽃이원추형 취산꽃차례로 핀다. 꽃말은 '생명력', '희망'이다. 돌단풍 세상에 지친 사내산을 오르다 잠시 가쁜 숨 몰아쉬는데벼랑 끝 바위 틈에돌단풍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끝없이 부는 바람에도아랑곳하지 않고꽃대를 높이 세운 돌단풍곱디 고운 꽃을 피웠습니다 산다는 것은끊임없이 흔들리는 일이라고흔들리면서도 꽃을 피우는 일이라고가만가만 향기로 말을 걸어옵니다 희망을 잃지 않으면누구에게나 꽃피는 봄날은반드시 찾아온다고말없이 세상 속으로 등을 떠밉니다  글.사진 - 백승훈 시인

좋은 글 2024.09.20

해바라기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해바라기 물 건너와 고운 이름 얻었어도끝내 야생화는 되지 못하고사람들 손에서나 길러지는 꽃너에게선 어떠한 슬픔도 보이지 않는데내가 눈물을 흘리네어떻게 가슴 멍들게 하는 아픔을함박웃음으로 피어나게 할 수 있는가사랑해주는 사람 곁에 두고서도담장 위로 키를 넘기며태양을 향해 쏟는 정첫사랑을 위한 기다림인가 그리움인가가슴에 비수 되어 꽂히네얼마큼 忍苦의 세월을 갈고 닦아야함박웃음을 웃을 수 있을까언제쯤에야 너른 벌판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산에 올라 야생화로 꽃 피울 수 있을까번민 갈등은 안으로 안으로 감추고여름을 내내 웃고 있는 너를 볼 때마다깊은 눈물의 강이 흐르네하찮은 일에도 가슴 아파하는 나는차마 바라볼 수가 없네※ 해바라기 : 국화과의 한해..

좋은 글 202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