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742

산벚 등고선 - 최연수

산벚 등고선 - 최연수 공중을 내려오는 호흡이 비릿하다 서둘러 소금단지를 지고 나온 햇살이 파닥거리는 그늘을 절인다 연신 푸른 꽁지를 흔드는 산벚 내다보는 바깥이 저며진다 나무가 밖으로 쿨럭. 봄을 토해놓으면 공기의 방향을 따라 휘는 파문 차가운 지도를 헤엄쳐 나온 등고선이다 부푼 한철로 살아본 것들이 가지는 물결 진 무늬 나부끼는 허공을 따라가면 오후가 바람을 층층 발라낸다 게으름은 길고 시절은 짧아 너와 나의 한때도 저렇게 순간, 미처 지우지 못한 아린 냄새가 마음의 수로를 거슬러 오른다 가슴 뜨거운 곳으로 기우는 추억과 가장 낮은 곳으로 허물어지는 봄 앙상한 뼈들을 숨기기 위해 쉴 새 없이 봄은 숨을 부풀리고 가지가 잘 헤엄칠 수 있도록 유리창은 말갛게 제 안을 닦는다

좋은 글 2024.03.26

재스민 향 / 성백군

재스민 향 / 성백군 흐~ㅁ 이 냄새 입맛 돋운다. 장미, 너는 아니야 너는 색이지, 겉모양 사람 사는 대는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있어야 심지가 굳지 무리 속에는 한둘, 영웅도 있어야 하지만 저 재스민처럼 썩여 사는 민중이 더 중요해 송이송이가 다 향이거던. 재스민 꽃 분비는 길에 나와 향기를 풍긴다. 보통 사람들, 제 냄새 맡고 힘내시란다

좋은 글 2024.03.22

매화예찬 - 靑山 손병흥

매화예찬 - 靑山 손병흥 초봄에 피어나 고결한 기상을 자랑하는 휘파람새의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이 깃든 시인 묵객들 단골 작품소재였던 매화나무 양지 녘 따스해진 햇살아래 찬바람 견디며 추운 날씨에도 곧은 절개로 꽃을 피워내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 화목 흰 꽃이 피는 흰 매화 분홍 꽃 피는 분홍매화 봄소식을 알려주고 있는 장미과의 낙엽소교목 상처가 나고 굽어져 고사한 줄기 몸에 지닌 채 새로운 싹을 틔워 고난역경 극복한 그윽한 향기

좋은 글 2024.03.19

바람꽃(雪降) - 박동수

바람꽃(雪降) - 박동수 바람이 불면 피는 꽃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창백한 슬픈 사랑 바람에 날려 보내려면 자리 잡아 핀들 무엇 하는가 피고 지는 장함과 영근 씨앗을 껴안고 살아가는 긴 인내의 기다림 속 위대한 삶의 아픔을 바람에 날려 보낼 일이지 음습한 골짜기 찾아 돌아앉은 네 슬픈 사랑 안고 바람만 기다리는 비련(悲戀)의 꽃 Anemone 여!

좋은 글 2024.03.18

병꽃나무 - 김승기

병꽃나무 - 김승기 오랜 시간 많은 것을 채우기만 했지 하늘까지 채우고도 늘 굶주린다 했지 하늘에 매달린 항아리 무거워서 거꾸러진 병 주둥이 무엇 할까 흘러가는 구름을 보다가 그래 그렇지 세상은 채우는 것이 아니야 있는 대로 어우러지는 거지 허공을 풀어 놓는다 항아리를 비우는 작업을 한다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 병꽃나무 : 인동과의 낙엽성 활엽 관목으로 한국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기슭 양지에 자생한다. 잎은 마주나는데 계란형 또는 타원형으로 양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양면에 털이 있다.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깔대기 모양의 꽃이 피는데 처음에는 황록색으로 피어 나중에 붉은색으로 변한다. 9월에 가늘고 길쭉한 열매가 두 개로 ..

좋은 글 2024.03.15

미완성 봄의 아름다움 - 송정숙

미완성 봄의 아름다움 조금씩 피워내는 미완성 봄이 경이롭고 신비하고 하여 더 마음이 들뜬다 사람이 서로 만나 조금씩 정이 쌓여가며 이웃이 되고 친한 친구 되어 살아가는 참 모습도 그러하리 여행 전 날은 그 설렘으로 잠 못 이루며 얼마나 들뜨던가 지금 움트는 봄도 그럴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의 바람, 햇살, 파도, 만나는 사람 모두가 새싹을 처음 대하듯 그런 기쁨을 주는 만남이더라

좋은 글 2024.03.14

산수유 연가 / 정심 김덕성

산수유 연가 / 정심 김덕성 불어오는 춘풍을 안으며 곱게 내리는 따사한 햇살 품에 품으며 방긋방긋 웃는 노란 미소를 머금는 노란 봄의 예쁜 새아씨이어라 겨우내 거친 긴 기다림 속삭이듯 잔잔한 숱한 이야기 품고 사랑을 고백하는 노란 꽃송이들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이구나 님을 그리는 뜨거운 사랑 이어지는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알알이 맺은 진실한 노란 사랑을 화객마다 봄을 선물하누나 새봄에 감사하는 산수유 해맑은 노란 미소 정겹게 다가오고 속살 들어내며 알알이 핀 꽃송이 감미로운 노란 사랑의 새아씨여 너무 아름답소이다

좋은 글 2024.03.11

풀꽃이 아름다운 이유:이질풀 - 백승훈

풀꽃이 아름다운 이유;이질풀 - 백승훈 모악산 마실길 따라 연리지 보러 가는 길에 산골 새악씨 같은 분홍색 이질풀 꽃을 만났습니다. 서로 다른 두 나무가 몸을 합친 연리지가 상생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자신을 모두 내어주어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이질풀은 얼마나 아름다운 희생인지요. 나무와 평생을 살아온 목수는 자신의 살 집을 짓지 않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기도하지 않습니다. 아픈 사람에겐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따뜻한 사랑이 있기에 작은 들꽃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들꽃 같은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4.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