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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꽃물 - 박종영

봉선화 꽃물 - 박종영 장독대 옆 빈터에 심었던 봉선화가 누구네 여인처럼 꽃 씨방 봉봉 하게 아기를 뱄다 무덥고 긴 여름날 보채고 짓이기더니 초가을 선선한 바람 불자 만삭의 꽃 씨방 옥문을 연다. 토해내는 까만 알갱이 쏟아지는 씨앗들이 날아가면서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가관이다. "세상 구경은 지금부터다! 생명의 존귀함을 명심하라 눈치껏 누울 자리 골라 터를 잡아야 하느니라" 첫눈이 오기 전까지 봉선화 꽃물이 손톱 끝에 다다르면 첫사랑이 찾아올 거라 믿는 순이의 젖가슴이 높게 출렁이고, 나직한 산허리 후덥지근한 산골에 처박혀 사랑에 목맨 풀국새 울음이 산자락을 메우는데, 어느 시절에나 수줍음 타며 초승달이 되는 봉선화 꽃물.

좋은 글 2024.09.12

그림자의 틈새 - 박종영

그림자의 틈새어둠에서는 숨어 숨 쉴 수 있어도빛 앞에서는 떨쳐내지 못하고 졸졸 달고 다니는내 분신의 그림자,지치지 않고 견고하여 질긴저토록 가벼운 몸뚱이 한 개를오랜 축복의 영혼으로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실존의 버거운 질량의 혼백 같은외로운 육신의 한쪽,단단한 근육질에 옹골차게 박혀 있을온갖 욕망의 현명한 길잡이같이어떤 틈새도 보여주지 않는 회색의 분신,그리움의 무게로 서 있는 그림자 하나.

좋은 글 2024.09.10

큰꿩의비름 - 백승훈

큰꿩의비름 큰꿩의비름 :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꿩의비름속에 속하는 꽃 중 상대적으로꽃의 크기가 크다. 전국의 산지에서 자라며 줄기는 높이 30~70cm 정도로 8~9월에붉은 빛이 도는 자주색 꽃이 핀다. 꽃잎은 5개로 바소꼴이며 꽃잎보다 긴 10개의 수술과5개의 암술이 있다. 한방에서는 해열제와 지혈제로 쓴다.큰꿩의비름한 점햇볕이 아쉬운가을산에분홍 별꽃이 피었습니다.너른 땅마다하고깎아지른 바위틈에아슬하게 매달려 핀큰꿩의비름끝없이바람에 흔들리면서도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다 마친 사람처럼해맑게 웃고 있는 꽃그 웃음 그리워오늘도가을산에 듭니다.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4.09.06

가을 입구 / 성백군

가을 입구 / 성백군9월이라고, 벌써아침저녁으로는 살갗이 선득거립니다바람도 없는데, 지조 없는 기후입니다가을,당신도 변해도 괜찮습니다인생으로  말하면후반부 내리막길이니,  쉬엄쉬엄두리번거리며 가도 됩니다텃밭 잡초들에게 안부도 물어보고동네 초입 이름 모를 정자나무에게 손 내밀어 아는 체하고나 같은 늙은이 계절병에 걸리지 않게끔마음도 짚어봐요그러다 보면변절이 배신이 아니라 배려가 된다고하산길  여기저기가가을 입구 햇볕 좋은 정오의 등처럼따뜻합니다

좋은 글 2024.09.02

24년 9월 달력 스마트폰 배경화면 <백당나무꽃>

무더웠던 긴 여름을 지나 이제 9월에 들어왔네요.이번 달에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할 수있는달력 그림을 드립니다.​이번 달에 사용한 꽃은 백당나무꽃으로사랑의 열매의 모델이 된 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공동모금회는 처음에 특정한 꽃의 열매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가 떴습니다."산림청은 지난 2003년 2월 백당나무를 ‘이달의 나무’로 선정하면서 이 나무의 열매가 ‘사랑의 열매’와 닮았다고 했습니다. “백당나무의 빨간 열매는 이 추운 계절에 우리 주위를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과 이웃사랑에 대한 실천의 상징을 닮고 있다”고 한 것입니다."​이후에 공동모금회는 청사 앞에 백당나무를 심으면서이것을 인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습니다.​​백당나무 이름의 유래는 꽃이 백색이고 불당 앞에 많이 핀..

좋은 글 2024.09.01

코스모스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코스모스                    김승기머언 타국에서시집 온지 몇 해인가그리운 친정의 궁금증에 이따금 맺히는 눈물그대를 향한 그리움 모아길가 언덕에 터 잡았는데해맑은 웃음으로 손 흔들어도차창 밖에서나는 아직도 이방인,그대는 멀리 있구나그대여멋진 이름을 불러주오얼마나 더 기다려야정다운 이름으로 그대 앞에 서 있을까이루지 못하는 꿈은 오늘도푸른 하늘해바라기 옆에 서 있는 내게고추잠자리가 얼굴을 부비고 있다※ 코스모스 :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멕시코 원산이다. 방언으로「살사리꽃」이라고도 부르는데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길가에 자생한다. 잎은 마주나는데 2회 깃꼴로 갈라지는 겹잎으로 갈래는 선형이다. 6~10월에 흰색, 연분홍, 분홍, 연한..

좋은 글 2024.08.30

갈대, 존재의 이유 - 김윤자

갈대, 존재의 이유 - 김윤자 빈 들을 떠나지 않는 너는 바람을 만나야 겨우 몸짓으로 울어보고, 웃어보고 지나가는 계절이 견인에 가까운 힘으로 꽃과 나비를 몰아가는데도 너는 홀로 보기에는, 아주 어리석을 만큼 질긴 뚝심으로 이 땅의 겨울을 붙들고 있어 그 자리, 그 들녘, 그 강가에 숙명처럼 하늘거리며 때론 주저앉아 서걱이며 다 뭉개지거나, 살점이 으스러지는 순간에도 너는 여전히 영역을 이탈하지 않는 돌과 얼음이 생의 전부일지라도 당당한 뿌리 하나로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자존 아, 너는 눈부신 어머니, 침묵의 어머니

좋은 글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