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848

오동(梧桐)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오동(梧桐) - 김승기 너와 나의 순결한 만남을 위해 태초부터 계속한 몸짓 맑은 햇살 아래서 알몸으로 목욕을 한다 꽃항아리 가득가득 하늘을 채우고 넓은 치맛자락으로 대지를 가리우고 나면 죽어서도 악기가 되어 우주를 노래하는 너 너의 몸에서는 향기로운 소리가 난다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려야 또 얼마나 크게 팔을 벌려야 하늘의 가슴을 안아들일 수 있을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천둥 번개 구름 속의 비까지도 모두 너에게 주어야 하리 우주가 하나의 열매로 맺혀 툭툭 떨어질 때까지 오늘도 비바람 맞으며 옷을 벗는 연습을 한다 ※ 오동나무 : 현삼과의 낙엽성 활엽 교목으로 한국 특산 식물이며, 울릉도에 자생하고, 기타 지역은 재식한다. 다른 나무들보..

좋은 글 2023.10.13

라벤더 - 백승훈

라벤더 라벤더 :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꿀풀과의 허브식물로 90cm까지 자란다. 꽃은 6∼9월에 연한 보라색이나 흰색으로 피고 잎이 달리지 않은 긴 꽃대 끝에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드문드문 달린다. 꽃·잎·줄기를 덮고 있는 털들 사이에 향기가 나오는 기름샘이 있다.꽃과 식물체에서 향유를 채취하기 위하여 재배하고 관상용으로도 심는다. ​ 라벤더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꽃이 그윽한 향기까지 풀어놓으니 라벤더 정원에 서면 나의 봄은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춘몽 속이네

좋은 글 2023.10.08

동자꽃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동자꽃 - 김승기 장대비 같은 햇살 머리에 이고 찾은 절간에서 동자야 때 묻은 세상살이 주름진 얼굴 청산에 흐르는 냇물로 씻어 곧게 펼 수 있을까 가슴앓이 그 팔만사천의 번뇌를 지우고 맑은 詩를 쓸 수 있을까 지친 사람들 어깨 위에 엉킨 실타래처럼 얹혀진 억지들 지금이라도 술술 풀 수 있는 동심 되찾아 따뜻하게 온 누리 빨아 널 수 있을까 합장하였더니 저만치 샘물 곁에서 흐르는 냇물 들끓는 번뇌 그대로 두고 엉킨 실타래도 그대로 두고 물 한 모금으로 마음이나 씻으라 손짓하네 ※ 동자꽃 :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 자생한다. 전체에 털이 있으며, 줄기는 곧게 서고, 마디가 뚜렷하다. 잎은 마주나는데 기다란 계란형으로 잎..

좋은 글 2023.09.30

접시꽃 당신 - 백승훈

접시꽃 당신 장맛비 그치고 언뜻언뜻 파란 하늘 보이니 벌떼의 날갯짓이 부산해졌습니다. 담벼락에 모여 서서 벌들을 유혹하는 접시꽃의 자태가 한결 화려해졌습니다. 접시꽃을 볼 때마다 부록처럼 따라오는 시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지요.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랑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지고지순한 아내 사랑으로 우리의 심금을 울린 '접시꽃 당신'은 세상의 많은 남편들의 가슴마다 접시꽃을 새겨넣었지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음껏 사랑해야 하는 까닭과 함께... 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3.09.24

겨울 담쟁이 - 김승기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겨울 담쟁이 - 김 승기 밤새 바람이 온 몸을 후려쳤는데 오늘은 또 눈비 오려나 시린 옹벽을 붙잡은 손이 떨린다 어서 내게로 오라 팔을 벌리며 하늘이 손끝에 있는데 이만한 아픔쯤 못 견디랴 벼랑 끝에 매달린 떨리는 손에 힘을 더해야지 하늘 끝 한 자락 움켜쥔 채로 이 겨울을 지내면 치렁치렁 날개옷을 달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데 야위어 가는 몸을 탓하랴 가벼워야 하늘을 가까이할 수 있는데 안간힘을 쓰는 내게 하늘이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 담쟁이 : 포도과의 낙엽성 활엽 덩굴나무로 우리나라 각처의 돌담이나 산골짜기 숲 밑에 자생한다.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는데 갈라진 끝에 둥근 부착근이 생겨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으며 바위나 나무를 ..

좋은 글 2023.09.17

배롱나무, 떠나간 벗을 그리워 함 - 백승훈

배롱나무 무더위에 지쳐 초록 그늘이 간절해질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꽃무리가 있습니다. 가장 뜨거운 계절에 가장 눈부시게 피어나는 배롱나무 꽃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나무 줄기를 손톱으로 간질이면 간지럼 타듯 가지를 바르르 떠는 예민함 때문에 '간지럼나무'로도 불리는 배롱나무 꽃그늘에 들면 무더위에 지친 마음에도 화사한 꽃물이 들 것만 같습니다. 배롱나무가 백일홍나무라 불리게 된 것은 사육신 중의 한사람인 성삼문이 '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오늘 아침 한 송이 피어 서로 백일을 바라보니 너와 더불어 한 잔 하리라' 노래 했던 것처럼 한 번 피어 백일 붉은 것이 아니라 지고피기를 수없이 되풀이 하며 석달 열흘을 꽃등을 켜는 때문입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의 사랑 풍경을 두고 누군..

좋은 글 2023.09.05

은방울꽃 - 김승기

은방울꽃 사는 일에 힘이 부쳐 내 몸 하나 세우기 버거울 때마다 너를 만나러 간다 산의 품에 안기어 고요로운데 종소리로 다가오는 하얀 웃음이 가슴 속을 후려치는구나 어떻니 찾아오는 길이 더 힘들었지 그렇게 사는 거야 모든 세상살이 다를 게 없어 누군들 벗어버리고 싶은 짐 무슨 미련이 남았겠지 끓는 열정을 주체 못하겠거든 오늘처럼 찾아오게나 오는 걸음 되돌리지 말고 그래 네가 있어서 가냘픈 몸뚱이 바로 세울 수 있지 너를 찾는 일이 즐거운데 무엇을 애닯다 하리 사는 일에 숨이 차서 내 몸 하나 가누지 못할 때마다 거기 숲에 있는 너를 만나러 간다 ※ 은방울꽃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기슭에 자생한다.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고, 많은 수염뿌리가 있다. 잎은 밑동에서 나오는데 길고 넓은 타원..

좋은 글 2023.08.29

근심을 잊게 하는 꽃 원추리 - 백승훈

근심을 잊게 하는 꽃 원추리 잦은 비로 마음밭이 눅눅해질 때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는 꽃이 있습니다. 예로부터 근심을 잊게 해주는 꽃이라 하여 망우초(忘憂草)라 불리운 원추리 꽃입니다. 옛글에도 아녀자들이 원추리를 내당 뜨락에 심어놓고 원추리 꽃의 향기를 맡으며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하는 걸 보면 마음 속에 근심을 잊게하는덴 원추리 꽃만한 게 없지 싶습니다. 어린 순은 나물로도 무쳐 먹기도 하고 꽃은 샐러드로 ,뿌리는 약으로도 이용되었던 원추리 꽃. 마음이 울적하거나 남 모르는 근심 걱정이 있다면 집안에만 머물지 말고 뜰로 나가 원추리 꽃을 만나보실 일입니다. 장맛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부시게 피어난 원추리 꽃과 눈 한 번 맞추고 나면 분명 어둡던 마음에 꽃..

좋은 글 2023.08.27

수국, 살아 있는 리트머스

수국, 살아 있는 리트머스 비가 자주 다녀가는 장마철, 수국꽃 피어나니 여름 뜨락이 환해졌습니다. 꽃의 생김새가 초파일 무렵 절집 마당에서 쉽게 만나지는 불두화와 흡사하여 헷갈리기도 하지만 불두화는 흰색 한 가지인데 반해 수국은 청보라, 연분홍 등 화려한 꽃빛이란 걸 기억하면 구별하기가 그리 어렵지만도 않습니다. 이름만큼이나 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수국(水菊)은 조금만 건조해도 금세 말라버리지만 적합한 환경 속에서는 어느 꽃보다도 오래 피어 있는 꽃입니다. 살아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 불릴 만큼 환경에 예민한 수국은 자신이 뿌리 내린 토양의 성분에 따라 꽃 색깔을 달리하는 변화무쌍한 꽃이기도 합니다. 수국의 꽃말 중에 변심이 들어 있는 것도 산성이 강하면 푸른 색으로, 알칼리성이 강하면 붉은 색으로 변하는..

좋은 글 2023.08.25

멀리 갈수록 향기를 더하는 연꽃처럼

멀리 갈수록 향기를 더하는 연꽃처럼 향원익청(香遠益淸)! : 연꽃 향기는 멀리 갈수록 맑은 향기를 더한다. 이 말은 유난스레 연꽃을 사랑했던 중국의 화가 주돈이가 '애련설'에서 했던 말입니다. 연꽃은 해가 지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다음날 아침 해가 뜨면 밤새 오므렸던 꽃잎을 활짝 열어 다시 피어납니다. 그래서 주돈이의 아내는 저녁이면 종이에 차를 싸서 연꽃 속에 재워 두었다가 아침에 꽃이 열리면 차를 꺼내 사랑하는 이에게 차를 끓여 건네곤 했답니다. 꽃속에서 하룻밤을 재운 차는 얼마나 향기로웠을까요. 정성으로 달인차를 건네는 아내가 화가는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요. 밤새 꽃속에 차를 재워 두었다가 아침에 향기로운 차를 바치는 마음, 그 정성어린 마음이 곧 사랑이겠지요 정녕 그러할테지요. 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