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에서 만난 바위말발도리 - 김승기 비 그친 여름 새벽 북한산을 오른다 서울 나들이 때마다 친구들 입에서 「우리에게도 설악산에 버금가는 산이 있다.」기에 짬을 내어 함께 오르는 길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딛는 발끝에서 아침해 떠오르고 내게로 달려드는 물소리가 서늘하게도 뼈마디를 콕콕 찌른다 가파른 산일수록 참나무는 꼿꼿이 허리 세우고 반가웁다, 소나무가 앞을 막아선다 앞서던 발길 멈추고 만나는 나무들 인사하며 「서울에도 산이 있구나.」 혼잣말로 가슴 속을 씻어 내린다 밤새 비 맞은 오리나무가 팔이 아프다고 무겁게 잎을 휘저을 때 후두둑 떨어지는 이슬에 뒤따르며 얼굴 들다 콧잔등을 맞은 친구는 「어라, 비 오네.」 안타까워할 때 「아니야, 때묻은 짐승들 한 무더기 올라오면서 산을 더럽힌다고 침 뱉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