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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물봉선 - 백승훈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물봉선 손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늦여름 물가에 피어 있는 물봉선을 만나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봉선화 연정'입니다. 습지나 물가에서 많이 자라는 물봉선은 봉선화과의 식물답게 열매가 익으면 손가락으로 씨 주머니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씨앗들이 사방으로 튀어 날아갑니다. 그런 특성 때문인지 물봉선의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입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은 오만한 이기심으로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물길을 가로 막아 거대한 댐을 만들기도 하고 산을 허물어 골프장을 만들기도 합니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어쩌면 물봉선의 꽃말은 이 땅의 초록 목숨들이 내지르는 비명인 동시에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우치려는 자연의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

좋은 글 2024.01.12

설화雪花 / 정심 김덕성

설화雪花 / 정심 김덕성 밤새 피어놓은 설화 하이얀 설경을 이룬 새로운 모습 창조 된 경이로운 설국雪國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닌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지 않으면 화려함이 영영 사라지고 마는 고속화 된 변신의 사랑 야망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할 수 있고 소유할 수 있고 환상적 사랑을 나누며 누릴 수 있는 투명의 사랑 하늘이 만들어낸 보석 무엇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설화 최상의 감흥 주고 영감을 주는 잔잔한 고요 속에 느끼는 행복 사랑의 눈꽃 속으로

좋은 글 2024.01.11

겨울 소나무를 바라보면 - 권복례

겨울 소나무를 바라보면 - 권복례 겨울에도 조금씩 조금씩 새 생명을 키우는 겨울 소나무를 바라보면 초록색 짙은 이파리 끝으로 연하디연한 이파리 키워가며 파란 하늘과 손잡는 여유로움 어찌, 칼끝 같은 눈바람이 춥지 않을까 어찌, 빈 가지만 앙상한 나목들에게 미안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들 이 땅에서 꼿꼿하게 서서 버팀김질 해줄 수 있는 선조들의 맥이 겨울 소나무를 바라보면 뜨거운 가슴과 가슴으로 만날 수 있으리

좋은 글 2024.01.09

나목의 기도 / 정심 김덕성

나목의 기도 / 정심 김덕성 왜 미련하다고 말을 하는가 왜 그런 눈초리로 보는가 꿈이 없고 내일이 없는 이에게 미련하다고 하는데 살을 오려낼 듯 칼바람 받으면서도 소망 잃지 않고 화려한 봄을 꿈꾸며 기다리는 보라! 의연히 서 있는 겨울나무를 삶의 욕심마저 물리치고 낙엽을 곱게 떠내 보내는 애틋한 마음 맨몸에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겸허히 서서 기도드린다 새봄에 기필코 꿈을 이루려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아는 순결한 나목 은혜인 듯 하얀 눈송이가 가지마다 따뜻하게 덮어주는데

좋은 글 2024.01.08

겨울 담쟁이 - 김승기

겨울 담쟁이 - 김승기 밤새 바람이 온 몸을 후려쳤는데 오늘은 또 눈비 오려나 시린 옹벽을 붙잡은 손이 떨린다 어서 내게로 오라 팔을 벌리며 하늘이 손끝에 있는데 이만한 아픔쯤 못 견디랴 벼랑 끝에 매달린 떨리는 손에 힘을 더해야지 하늘 끝 한 자락 움켜쥔 채로 이 겨울을 지내면 치렁치렁 날개옷을 달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데 야위어 가는 몸을 탓하랴 가벼워야 하늘을 가까이할 수 있는데 안간힘을 쓰는 내게 하늘이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있다 ※ 담쟁이 : 포도과의 낙엽성 활엽 덩굴나무로 우리나라 각처의 돌담이나 산골짜기 숲 밑에 자생한다. 덩굴손은 잎과 마주나는데 갈라진 끝에 둥근 부착근이 생겨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으며 바위나 나무를 기어오른다. 잎은 어긋나는데 넓은 계란형으로 끝이 뾰족하며 3갈래로 ..

좋은 글 2024.01.04

인동초 꽃 - 백승훈

인동초 꽃 겨울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 이 추운 계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궁리하다가 우리네 삶의 절반이 참고 견디는 일인 것처럼 참고 견디다 보면 꽃 피는 봄날이 오리란 생각에 모진 찬바람과 눈보라를 거뜬히 견뎌내고 어여쁜 꽃을 피우는 인동(忍冬)꽃을 골랐습니다. 따뜻한 남녘에선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는 반상록 덩굴관목인 인동초는 하지 무렵, 보리 이삭이 팰 때쯤 처음엔 흰 꽃을 피었다가 노란 색으로 변하여 금은화로도 불리는 인동꽃은 차로도 마시고 염증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쓰이는 귀한 꽃입니다. 나는 그대가 인동꽃 같은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행여 누군가 그대를 속이고 힘들게 한다 해도 참고 견디어 끝내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동꽃 같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4.01.01

새해의 기도 / 정심 김덕성

새해의 기도 / 정심 김덕성 주님! 새해에는 쓸모없는 묵은 것은 지워 버리고 건강이 넘치게 희망을 품고 태양 빛으로 새해를 열어 주소서 주님의 눈으로 보게 하시고 그 머리로 생각하며 그 귀로 들으며 그 입으로 고운 말을 하면서 주님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빈곤이 없는 행복으로 하나 된 화목한 가정이게 하시고 누구나 신뢰하는 사회 평화로운 나라가 되게 하소서 새 마음으로 새해를 열어 새로운 세상을 활기차게 펼쳐주시고 공의가 통하고 개성이 존중받는 공정한 사회가 되게 하소서 주님의 은총을 내리셔서 새해 새 아침 감사로 받게 하시고 태양처럼 활기 넘치는 삶으로 희망찬 새해를 열게 하소서

좋은 글 2024.01.01

아침의 영광, 나팔꽃 - 백승훈

아침의 영광, 나팔꽃 - 백승훈 날마다 눈부시게 아침을 여는 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아침마다 기상나팔을 불어대는 나팔꽃이지요. 나팔꽃의 영어명은 아침의 영광(Morning glory)입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마는/ 나팔꽃 같은 나의 사랑아/속절 없는 사랑아... 이른 아침 피었다가 서둘러 꽃잎을 닫는 나팔꽃을 보고 사람들은 '허무한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정작 나팔꽃이 이슬이 마르기 전 꽃잎을 닫는데에는 그럴만 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개미 때문이랍니다. 개미는 꿀을 좋아하지만 나팔꽃의 꽃가루를 옮기지 않기 때문에 나팔꽃이 열매를 맺는데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꿀만 탐하는 개미가 미워서 나팔꽃은 개미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 꽃잎을..

좋은 글 2023.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