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847

도꼬마리 - 김승기

도꼬마리 글: 夕塘 김승기 너를 잡은 손 놓지 않을래 비 오고 바람 불어도 한 번 잡은 손 놓지 않을래 베여지고 쓰러질 때마다 안간힘으로 꽃 피운 시간 얼마 되었다고 까맣게 열매 맺히려 하는데 성가심을 참지 못해 나를 떨치는가 오랜 세월을 세월 그대로 꽃 피우지 못한 눈물로 얼룩진 역사 더는 어두운 하늘 아래서 울게 할 수는 없잖아 들판은 함께 가야 하는 가시밭길 아픈 살 긁히고 피 흘려도 좋으니 떨쳐내지 마 이대로 한겨울을 꼭 잡고 있어야 다음해 기쁨의 새싹 돋을 수 있어 다시는 놓지 않을래 온 밤을 내내 바람 불어도 너를 잡은 손 놓지 않을래 한국의 야생화 시집 (1) [옹이 박힌 얼음 위에서도 꽃은 핀다]

좋은 글 2024.07.05

백일홍 - 이남일

백일홍이남일너를 한 번 미소 짓게 하기 위해얼마나 오랜 날을 물들였는데뻐꾸기 울음 타는 봄을 보내며끝내 그 뜨거운 고백 한 짐 토해보려고석 달하고 열흘을 기다렸는데그리움 지그시 내 안에 날아와 앉을까화려한 듯 소박하게 가슴 졸이며오랜 날을 아파하며 인내하던 밤이었는데소나기를 맞으면 온몸이 젖고사랑이 고백을 맞으면 영혼이 젖는다는데나 가슴 끝내 적시지 못하였다.먼 별빛 끝도 없이 스러지는 갈림길에서붉은 꽃잎 입에 물고뚝뚝 핏빛 같은 울음만 토해내며 울었다.

좋은 글 2024.07.04

궂은 비 - 박인걸

궂은 비끄느름한 하늘 아래무거운 구름의 침묵을 깨고소리 없이 쏟아지는 궂은 비가내 마음의 창문을 연실 두드린다.궂은 비는 인생을 비유하고지루한 비는 희망을 잠식한다.삶은 언제나 고달프고더딘 발걸음은 항상 무겁다.빗물이 고인 물웅덩이그 안에 어른거리는 내 얼굴은허무함으로 가득한 그림자일 뿐불투명한 미래를 알려주는 표상체다.근심과 걱정이 비처럼 내릴 때면마음속 열정의 불꽃은 꺼져가고남은 것은 타버린 재와 연기뿐되살릴 수 없는 꿈이다.방황하는 내 영혼이 어디로 갈까나비바람에 길을 잃고 방황하며고뇌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면아롱졌던 꿈은 신기루가 된다.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은 순 없다.어느 하늘 아래는 태양이 뜬다지금은 비록 궂은 비를 맞아도쌍무지개 뜨는 언덕에 서게 되리라.

좋은 글 2024.07.02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의 시 / 이해인 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랗게 떨어지는 꽃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눈물을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면서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하얀 치자꽃 한송이보내는 오늘내 마음의 향기도받으시고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향기로운 나날 되십시요

좋은 글 2024.07.01

임의를 아시나요? - 백승훈

임의를 아시나요? - 위땅비싸리 임의(林依)라는 말이 있습니다.우리 말로 하면 숲의 옷이 되겠군요.우리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하듯이숲속의 큰 나무들이 온전하게 자라기 위해선비바람으로부터 나무들을 지켜 줄 임의가 필요합니다.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는칡넝쿨, 다래넝쿨, 그리고 땅비싸리 같은나무 같지 않은 나무들이바로 숲의 옷 노릇을 하는 것이지요.그 나무 같지 않은 나무들이제일 먼저 비바람, 눈보라를 맞으며완충 역할을 하여 주는 덕분에키 큰 나무들이비로소 온전한 숲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지금의 내가 빛날 수 있는 것은나를 대신하여 비바람을 맞아주는누군가가 있기 때문입니다.글.사진 - 백승훈

좋은 글 2024.06.28

묵을 읽다 - 박만식

묵을 읽다박만식 도토리는 키를 재지 않는다키도 키 재는 법도 모르고의도조차 알지 못하는 도토리는이웃들의 떫은 고통과우려내지 못하는 아픔을 대신 머금고데굴데굴 살아야 하는 숙명을 알기에개밥의 도토리도 되어 준다탱글탱글한 즐거움 주기 위해때로는 묵사발이 되기도 하지만힘으로 들어 올리려 하거나젓가락 쥐는 법과 집는 각도 어긋나면제 몸을 자르기에결국 수저로 떠먹는 우를 범하게 되는데,야 쌉싸래한 묵 맛 그만인데,극찬받으면 감칠 묵으로 슬쩍 간들거린다

좋은 글 2024.06.27

유월의 들꽃사랑 / 정심 김덕성

유월의 들꽃사랑 / 정심 김덕성쏟아 내는 열기에도초록빛 싱그러움을 토해내며 핀풀밭에 피어난 들꽃타들어가는 들녘오뚝이처럼 쓰러졌다 일어서는의지를 지니고 곱게 피어난미소 짓는 들꽃을 본다거친 비바람을 겪으며입가에 희망을 심은 갸륵한 마음몫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는장한 모습 아름답다향긋한 들꽃 향기초록 풀밭에 사랑을 가득 피우며더위에도 미소로 답하며사랑을 나누며 사랑을 주는들꽃의 고운 마음

좋은 글 2024.06.25

유월 장미 앞에서 / 정심 김덕성

유월 장미 앞에서 / 정심 김덕성유혹하는 듯이다가오며 햇살을 받고 빛나는빨간 입술파르르 떨며 웃음 짓는감미로운 미소붉은 정열을진하게 피워 붉게 토하며밤새 살포시 적신 이슬방울입안에 따르르 굴리는장미 너무 아름답다오늘도울타리에 양팔을 활짝 벌리고장미는 나를 품고나는 장미향에 흠뻑 젖은더 예쁜 유월의 장미이것이장미 사랑인가

좋은 글 2024.06.24

원추리 꽃 - 박인걸

원추리 꽃바람에 흔들이며 피어나는원추리 꽃향기가 내 가슴에 남아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던 날원추리 꽃처럼 당신은 아름다웠죠.밤하늘 별빛 아래 원추리 꽃 피듯우리의 사랑도 곱게 피어났고하나의 비밀처럼우리의 가슴에 깊은 곳에짙은 그리움으로 간직하고때론 바람에 흔들리는 꽃처럼우리 사이엔 갈등이 증폭돼도서로를 이해하며깊은 마음으로 받아주며여름 들판을 환하게 수놓았다.가을이 지나 풀잎이 시들어도꽃향기는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잊히지 않는 기억으로원추리 꽃은 여전히 피어있다.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고원추리 꽃 그 자리에 피어나듯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곱게 익어서로를 바라보며 아름답게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피고 있다.

좋은 글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