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이 많은 캔디통
여기, 오래 녹여 먹는 달랑 한 개의 이름과
길과 꽃
여백이 많은 캔디통
동그란 소리가 난다면 둥근 뚜껑이 있을 것이다
그때, 눈동자들이 까맣게 자라고
눈꺼풀이 열고 닫는
울면 울수록 달달한 캔디는 열 번쯤 울어야만
우리가 다 녹았다
차르륵 박하향이 달릴 때
느닷없이,
서른 한복판으로 넘어진 두 개의 바퀴
정오를 일으키지 못한 너와 내가 오래도록 헛돌았다
여름 반대편으로만 달려간
네 개의 각을 지운 둥근 캔디통, 그곳엔
너 하나만 들어있다
같은 이름을 반복해 피워내는 길은 그때그때 빛깔이 달라
압정이 꽂을 수 없는 탈골된 감정들
안녕을 물을 수 없는 소리는 혼자일 때 커진다
- 최연수, 시 '빈칸이 많은 캔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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