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의 조건
'바람 풍'이라 말해도
'바담 풍'이라 들을 때
'그게 바로 맵시라는 거요'라고 하면
곧바로 맵시를 찾아 헤맬 때
칫솔 머리빗 시계 안경 등이
내 삶을 장식하는 것들이라고 말해야 할 때
고전 몇 줄 인용하려는 당신의 그림자가 너무 진해서
눈물처럼 떨어지는 일몰 장면을 가릴 때
주어 술어가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말들이 공중을 부유할 때
앞사람을 지시하는지 옆사람을 이르는지
수식하는 말의 끝이 뭉툭하게 뭉개져 있을 때
나는 오늘도 당신이 읽은
나를 오독하며 길을 걷고 있다
- 김삼환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로카시아- 최연수 (0) | 2020.11.10 |
---|---|
꽃댕강나무 꽃 - 백승훈 (0) | 2020.11.08 |
큰벼룩아재비꽃 - 백승훈 (0) | 2020.11.01 |
마음이 예뻐지는 가을- 김용호 (0) | 2020.10.30 |
버스 정류장- 한영미 (0) | 2020.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