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자나무꽃 - 信士 박인걸
너는 처음부터 농염하지 않았고
현란한 색채를 빚어내지도 않았지만
내가 한눈에 반해 일손을 놓고
네 곁을 그림자처럼 서성였다.
살짝 웃는 보조개가 내 마음을 끌었고
새하얀 덧니가 수줍은 치자꽃을 닮았다.
이제는 아득한 기억이지만
샛노란 달맞이꽃 수줍게 피던 밤에
냇가에 마주 앉아 밤 별을 헤아리던 너는
내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었고
가끔 운석이 앞산에 걸릴 때면
별빛에 상기된 네 두 볼도 볼그레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은 으스스했지만
불빛 없이 바라보는 네 눈빛에는
고운 치자꽃 그리움이 여러 개 고였었다.
가까이하기엔 네가 두려웠고
돌아서기엔 못내 아쉬웠지만
나는 너를 내 가슴에만 담아놓고
그 후 네 곁을 멀리 떠나야 했다.
치자꽃이 하얗게 피는 밤이면
아직도 내 마음은 그 냇가를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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