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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 김명인

HIIO 2024. 10. 23. 10:12

상강 /김명인

갈 데 없어 한나절을 베고 누웠는데

낮잠인가 싶어 설핏 깨어나니

어느새 화안한 석양이다

문턱을 딛고 방 안으로 스미는 가을 햇살들

먼 길 가다 잠시 쉬러 들어온

이 애잔, 그대의 행장이려니

움켜쥐려 하자 손등에 반짝이는 물기

빛살 속으로 손을 디밀어도 온기가 없다

나는 삯 진 여름 지나온 것일까

놓친 것이 많았다니 그대도 지금은

해 길이만큼 줄였겠구나

어디서 풀벌레 운다, 귀먹고

눈도 먹먹한데 찢어지게 가난한

저 울음 상자는 왜 텅 빈

바람 소리까지 담아두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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