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계국의 미소 - 信士 박인걸
매연(煤煙)에 잠긴 도시의 빈터마다
노랗게 터져 오르는 작은 불꽃들이
무심히 지나던 발길을 붙들어 세운다.
먼지에 젖은 꽃잎 끝에서도
햇살은 저토록 환히 피어나는가.
상처를 품은 것들일수록
더 오래 빛나는 법을
금계국은 말없이 흔들리며 보여준다.
저마다의 아픔을 노란 꽃잎으로 밀어 올리고
바람이 몰아칠 때마다 온몸이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힘이 그 작은 몸 안에 산다.
길가에 자리 잡은 한 줌 생명처럼
낮은 곳에 기대어도 쓰러지지 않고
흙 속 깊은 어둠을 견딘 끝에
마침내 꽃이 되어 세상에 답한다.
세상은 자주 차가운 그늘을 드리우고
살아 있음은 때로 긴 침묵의 강을 건너지만
그러나 어둠이 깊을수록
흙에 스민 침묵은 꽃으로 깨어나
황금빛 숨결을 하늘로 밀어 올린다.
가녀린 꽃대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작은 꽃송이들이 하늘을 떠받들 듯 서 있고
그 모습 속에서 우주는 다시 숨을 얻는다.
발밑에서 하루의 슬픔이 부서질 때
노란 꽃잎 하나가 가만히 내 마음에 내려앉는다.
상처를 건너온 자만이 지을 수 있는 미소로
금계국은 내일의 햇살을 향해
노랗게 더욱 노랗게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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