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산 고사목 - 信士 박인걸
나무는 이미 자기 이름을 잃었고
서 있는 것은 생이 아니라
드러눕지 못한 한 이름으로
바람은 항상 질문했으나
대답은 늘 같은 방향으로 굳어 있었다.
하늘과 맞닿은 땅
아무도 도착하지 않는 구역
살아 있다는 말은
여기서 너무나 오래된 오해다.
고집 속에 가둬놓은 시간은
자신을 스스로 풍장에 내어주며
끝내 쓰러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나는 서 있는 뼈 앞에 서서
존재가 아니라 태도만을 살핀다.
기억에 견디는 방식과
죽음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는 속성에서
신념은 물질이 되고
신앙은 그림자가 되어
지금까지 같은 각도로 서 있음을 본다.
누군가를 기다린 적 없는 기다림
마치 망부석처럼 말조차 닳아
의미가 탈색된 후에도
단심은 여전히 한 방향이다.
이것은 숭배가 아니라 차라리 두려움이며
끝까지 변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협박이다.
그 앞에 내가 옷깃을 여미는 것은
경건해서가 아니라 이 침묵이
나에게까지 전염될까 두려워서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벌노랑이 - 백승훈 시인 (1) | 2026.01.22 |
|---|---|
| 대한(大寒)추위 - 박인걸 (1) | 2026.01.20 |
| 바위취 - 김승기 詩人 (0) | 2026.01.16 |
| 노랑코스모스 - 백승훈 시인 (0) | 2026.01.13 |
| 모 란 - 김승기 (0) | 2026.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