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雨水) / 나종영
선암사 해천당 옆에
수백년 묵은 뒷간 하나 있습니다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문 틈새 이마 위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木魚 흔들어 깨우고 가는
청솔 바람소리 보입니다
부스럭부스럭 누군가 밑닦는 소리 들리는데
눈 맑은 동박새가
매화 등걸 우듬지에 앉아
두리번두리번 뭐라고 짖어댑니다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새로운 천년이 무섭게 밀려오는지,
그 울음소리 대숲 하늘 한 폭 찢어놓고
앞산머리 훠이 날아갑니다
하릴없이 대나무 대롱 끝에 입술을 대고
한 모금 찬물을 삼키다가 옳거니
매화꽃 봉오리 움트는 소리,
겨울 산그늘 얼음꽃 깨치고
봄 햇살 걸어오는 것 보았습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도깨비바늘 꽃 - 백승훈 시인 (1) | 2026.02.23 |
|---|---|
| 개구리밥 - 김승기 (0) | 2026.02.20 |
| 도둑놈의 갈고리 - 김승기 詩人 (0) | 2026.02.13 |
| 치자꽃 추억 - 박종영 (0) | 2026.02.10 |
| 복수초 - 靑山 손병흥 (0) | 2026.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