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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 나종영

HIIO 2026. 2. 19. 09:44

우수(雨水) / 나종영

 

선암사 해천당 옆에

수백년 묵은 뒷간 하나 있습니다

거기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문 틈새 이마 위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木魚 흔들어 깨우고 가는

청솔 바람소리 보입니다

부스럭부스럭 누군가 밑닦는 소리 들리는데

눈 맑은 동박새가

매화 등걸 우듬지에 앉아

두리번두리번 뭐라고 짖어댑니다

천년 세월이 덧없이 흘러가고

새로운 천년이 무섭게 밀려오는지,

그 울음소리 대숲 하늘 한 폭 찢어놓고

앞산머리 훠이 날아갑니다

하릴없이 대나무 대롱 끝에 입술을 대고

한 모금 찬물을 삼키다가 옳거니

매화꽃 봉오리 움트는 소리,

겨울 산그늘 얼음꽃 깨치고

봄 햇살 걸어오는 것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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